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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Nov 13. 2023

홍천 나들이 갔다가 속초 양양까지

홍천의 지인 집에 놀러간거라, 일반적 코스로 추천하긴 어렵지만 #마냐먹방 기록은 빼먹으면 아쉬울 여행이었다. 오로지 잘 먹고 잘 놀았다는 얘기다.


역시 모든건 정성. 꼬치에 끼워 불 위에서 살살 돌리며 기름을 쏙 뺀 삼겹살은 그냥 고기가 아니다. 공들여 불붙인 숯에 목살을 올리고 바베큐 뚜껑을 덮어 연기 입힌 훈연 고기는 소금후추도 없이 풍미가 진하다. 강원도 산골짜기 선 고운 겨울 풍경에 감동하는 것보다 이렇듯 고기에 감탄하는 인간. 별이 빛나는 밤에 홍천 나들이.


진짜 나무를 직접 다듬어 만든 책상이 중심잡은 서재. 남쪽 창 너머 능선보다 북쪽 창에서 곧 펼쳐질 설경이 끝내준단다. 난로 앞에서 귤 까먹고, 이게 겨울이구나.


저게 인공위성이 아니라 목성?

땡땡땡이 오리온이라고요?

W? M이 카시오페아?


#별빛속에 서기 위해 강원도에 온거구나. 어른이 된뒤 서울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풍경. 돈으로 살 수 없는, 힘으로 뺏을 수 없는 아름다운 별밤.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음. 아이폰 노출 조절해 1, 2번 밤하늘 빛이 바뀌었는데 현실과는 또 다름


수제 그릭요거트와 블루베리, 견과류, 사과와 바나나, 감, 계란, 감자, 고구마가 날마다 드시는 아침이라니. 커피에다 작두콩 차를 곁들였다.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 일행들은 아침 먹고 척산온천으로. 나는 P님 부부와 속초 #금강산화암사 가면서 촌스럽게도 울산바위 보고 개감동. 저렇게 잘생겼다니. 얼마만에 보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래서 설악설악 하는구나 완전 겉핥기 감상.

신라시대 화엄사에서 1912년 금강산화암사가 된 절은 이 동네가 금강산 자락이란걸 실감하게 한다. 들어서는 산책길이 편안하고. 찻집에선 통창 너머 ’수바위‘를 보면서 세월 낚는 호사를 느낄 수 있다. 평온하다, 평온해. 왼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점심은 속초청호수협 #순희네횟집. 동명항 관광지 대신 청호쪽 수산시장인데 10만원 스페셜이면.. 6명이 회로만 배채우기 버거울 정도로 푸짐하게 나온다. 별다른 찬 없이 오로지 회 잔치. P님 부부 말로는 주방장이 바뀌신 모양인지 맑은 매운탕에서 진한 국물로. 쏐다.

속초중앙시장 만석닭강정 사러 갔다가 주차장 붐벼서 진땀. 곧바로 P님이 소개해주신 양양 #바다뷰제빵소. 그야말로 뷰맛집. 등대까지 걸어갈 수 있는데 거센 파도가 제방에 부딪치며 물보라를 일으킨다. 이것이 동해의 겨울바다. 잠깐 들린거라 겉핥기 느낌이지만 파도와 바람은 찐이다.


다시 홍천으로 이동해 #모둘자리힐링체험마을 몸짱 쥔장님 안내로 구경. 35kg 바벨 근력운동과 자전거,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를 각각 50개씩 5셋트 하는 초저녁 루틴을 양보하고 가이드해주신 쥔장님이 60대란 설명에 경악. 수국과 만병초가 따뜻한 계절엔 무척 예쁠거 같은데 지금은 꽃 대신 바람..겨울이면 눈썰매, 얼음썰매 등 아이들 체험활동 꺼리로 웃음소리 이어지는 동네란다. 그렇구나.


인근 #생곡막국수 감자전(11000원)과 촌두부(9000원)를 놓치면 안된다. 역대급이다. 6명이 두부 한그릇 시켜서 양념장 곁들여 각자 탄성 쏟아냈다. 다들 배불러서 안 먹는다고 했는데 두부에 매료당하고, 거의 피자 급인 두툼하고 바삭한 감자전에 또 빠졌다. 동치미 막국수도 푸짐하지만, 이 집 두부와 감자전은 두고두고 생각날 맛이다. 주말엔 웨이팅 있다는데, 일요일 저녁은 괜찮았다.


늦게늦게 출발해야 덜 밀린다고 했는데, 7시45분에 홍천에서 출발해 10시20분 삼각지 도착. 카카오내비가 국도를 타고 양평을 돌아돌아 가는 길로 안내해준 덕에 강상면과 강하면을 지나왔다. 이런 동네였군. 전날 저녁에 이어 온갖 강변가요제, 대학가요제 옛날 노래부터 김윤아, 김동률, 이적, 김진표, 바비킴, 브로콜리 너마저, 여행스케치, 이승환, 신해철까지.. 노래방 분위기로 즐겁게 운전했던 홍천여행, 좋았다. 나이든 커플들끼리 놀면 이런거구나. 1박2일 따뜻한 환대에 더해 직접 키운 고구마 감자를 기득 챙겨주신 P님 최고, 홍천 인심 푸근했다. #마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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