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은 숲을 걸었으니 마지막 날은 뭐할지 오전에 찾기 시작했다. 문득 제주 서점을 검색했더니, 오오. 동선이 완벽하다. 표선에서 동부 해안도로로 쭉 올라가면서 차례로 들리면 된다.
일단 사진에 진심인 남편을 위한 별도 픽, 김영갑갤러리부터 찾았다. 가슴을 울렸던 기억이 가물가물..김영갑 선생님 삶과 죽음을 다시 만났다. 그는 사진에 빠져들어 제주를 만났고, 28세에 제주에 정착했다. 그의 앵글 안에서 오름과 평원의 능선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구름과 바람이 매번 다른 하늘을 창조했다. 그러다 오십견이 빨리 왔나, 카메라 쥔 손이 말을 안들을 무렵 루게릭병 선고를 받았다. 4년 투병 끝에 삶을 마감했을 때 그는 48세였다. 일단 너무 급히 가셨다. 열정 남다른 분이 공고 졸업 후 사연도 구만리일테고, 아픈 다음엔 오죽 하랴. 근데 사진도 글도 아프도록 아름답다. 남편은 빛을 쓰는 방법, 셔터 스피드 등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줬다. 그랬구나.
바닷가에서 간단 점심 후 일정은…
책방무사,
소심한책방,
제주 풀무질,
만춘서점,
북케이션..
이걸 계속 해안도로로 달리면서 차례로!
그런데 혹시나 요조님 만날까 기대에 부풀었던 #책방무사 화수 휴무였다. 아뿔싸. 다른 서점은 휴무 확인했는데, 여기만 요조님 생각하다 깜빡ㅠ 귀엽고 아늑한 공간이었구나 밖에서 훔쳐보고 아쉽아쉽.
#소심한책방, 종달리 지미봉 부근이다. 작년 2월에 T와 비바람 속에 걸었던 동네를 이번엔 차로 편히 움직였다. 수상한소금밭 이라는 예전 간판이 그대로 있지만 귀여운 분홍 표지판이 소심하게 자기 주장 중.
베셀 목록에 ’숨겨둔 책‘들이 줄줄이 들어있다. 장르와 특징만 써있고 책의 정체는 봉투에 포장된 채로 숨겼다. 나만 보고 싶고, 넘 아름다워 오히려 숨긴 책들. 끝내 나도 하나 골랐다. “세상이 정해둔 기준과, 시선에 얽매여 있다면!“ ”타인을 때문에 오늘도 다른 나가 된“ SF 소설이라는데 딸에게 줄 선물로 챙겼다. ‘숨겨둔 다락방’을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포인트.
성균관대 앞에서 오래 버텼던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 사장님은 제주 당근밭과 무밭 옆에 작고 예쁜 #제주풀무질 쥔장으로 변신했다. 문을 열면 정물화라는 별명 그대로 그린 듯이 누워있는 하얀개 광복이가 꼼짝도 않고 맞아준다.
사장님은 4.3 등 제주를 알리고 싶은 제주 책들, 병풍처럼 오래 서가를 지키는 인문사회과학 책들, 그리고 매출을 담당하는 소설과 에세이 등 세가지 종류의 큐레이션을 갖췄다. 매달 하시는 독서모임이 일곱 팀이라는데 정말 더불어 책! 친절한 사장님에게 넘어 가서 우리 부부도 작가라고 고백하고 #MBC를날리면, #정부가없다 입고하기로ㅎ 서점 배경으로 사진도 여럿 찍어주셨다.
늦봄이라는 뜻의 만춘서점은 공간 두개를 쓴다. 음악 책들 큐레이션에 반한 남편이 크고 무거운 고가의 책을 골랐다. 이런건 흔쾌히 사줄 수 있다. 훨씬 더 두꺼운 밥 딜런과 데이빗 보위 책은 넘어갔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업해 만춘서점 티셔츠, 향수 등 굿즈들 귀여운 편. 책들 틈에 에이징솔로 괜히 반갑고ㅎ
#북케이션 책보다 차에 진심인듯. 홍차 중에 제일 맛있는 거는? 시원한데 부드러운 차는? 새로운 거 도전하고 싶은데 실패하기 싫으면? 취향저격 차 설명이 인상적이다. 차에 관한 책들, 차의 시간을 걷다, 오늘의 차, 차와 일상, 홍차탐구 같은 큐레이션ㅎ 2층은 바다가 보이는 통창 카페다.
순전히 표선에서 제주로. 동선 짜다가 나온 제주 동부 서점 순례. 즐거웠다. 바닷가 따라 달리면서 짙푸른 쪽빛 바다에서 녹색으로 빛나는 하늘색 바다까지 색깔이 계속 바뀌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 반바퀴 돌다보니 저무는 붉은 해, 빛나는 하늘을 만나는 건 덤이다. 출장으로 훨씬 많이 다녔던 제주, 이렇게 또 새로운 즐거움을 추가한다. #마냐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