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보다 나쁜건.. 돌이킬 수 없는
대통령 앞에서 입틀막 사지가 들려나간 의원 모습에 빡돌았다. 후안무치 방통심 두목의 행태도 짜증인데 누가누가 더 퇴행하나 경쟁하나? 뉴스가 무섭다 무서워 하던 중에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서촌이 없어져요!“
L님은 절박했다. 규제완화로 서촌에 고층 빌딩이 올라가게 됐단다. 국민청원이라도 해서 반대해야 하는데, 청원이 없으니 어쩜 좋냐, 뭘 해야 하냐고 물으시는데..
서촌과 구기동, 평창동, 남산.. 고도제한이 풀린다. 서촌엔 8층, 남산 자락엔 15층 건물이 들어선다. 경복궁과 인왕산을 사이에 둔 고즈넉한 동네는 이제 끝장이다. 피맛골 없어지듯, 을지면옥 자리에 거대한 빌딩산성이 들어서듯 달라지겠지. 주요 언론은 개발 기대 속보를 전하고 있다. (늘 부자 편에만 잘도 선다)
”이건 지는 싸움이어요.“
부암동 일대에 주택을 11채씩 사들인 모 재벌 사위? 개발이익을 기대하는 이들은 투기에 나선지 오래됐고, 탐욕은 힘이 세다. 정권에 야합해 떡고물을 늘리는데 익숙한 이들은 오히려 더 절박하다. 판돈이 크니까, 규제의 벽을 돌파하는데 온 힘을 다한다.
반면 보통 주민들은 조용히 지낼 뿐이다. 어쩌다 서촌에 놀러가는 이들에겐 강건너 불이다. 그동안 싸울 필요 없었고, 싸워 본 기억도 없다. 동네 시끄러운 꼴을 보느니 이사 나가면 그만이다. 자본은 막강하고, 보통 사람들은 무력하다. 지는 싸움이다.
서슬 퍼런 검찰정부에서 퇴행한 이들의 행태는 기록하고, 기억하고, 나중에 반면교사로 그리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도시를 망가뜨리면 돌이킬 수 없다. 서촌은 없어지면 끝이다. 남산 자락 스카이라인도 달라진다. 산자락 이어지는 서울의 특성은 개발이익에 더 필사적인 이들이 말아먹는다. 권력과 부자는 한몸뚱이로, 그동안 보호해온 가치를 짓뭉개는데 발빠르게 움직인다.
투표 잘못한 수업료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미래를 그르칠 작정이고, 핵폐기물 방류를 인정해 바다도 해치는 중이다. 부자감세, 포퓰리즘감세로 나라 망가지는 꼴도 속터지는데 골고루 종합파괴셋트 마냥, 어느 구멍부터 틀어막아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