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저희를 자매 건축가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부부 건축가입니다. 저는 남편을 맡고 있는 임형남입니다. ^^"
긴 곱슬머리를 휘날리는 임형남 건축가님 셀프 소개였습니다. 노은주 건축가님까지 두분의 구불구불 긴 머리카락, 개성 있는 안경은 트레이드 마크죠.
19일 북살롱 오티움에서 두분의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두분은 가온건축을 함께 이끌고 계시고, EBS '건축탐구 집',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도 함께 출연하시고, 책도 함께 씁니다.
이번에 내신 <건축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다>는 두분의 스무번째 공동 저서죠.
그런데 이 대단한 분들도 첫번째 책은 내주는 출판사가 없었다는 비화ㅎㅎ 결국 직접 출판사까지 차려버린 노은주 대표님이 임형남 작가님 책을 낸게 첫 책인 <<나무처럼 자라는 집>.
건축한 집은 다른 이들의 몫이지만, 집 지으면서 하는 생각들은 건축가의 몫. 그것을 기록한 첫 책 작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 집 지을 때 마다 한 권의 책 쓰자고 의기투합 하셨다지만, 다 쓰진 못하셨나봐요ㅎ 이번 책에는 고르고 골라 30채의 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획일화된 아파트에 자신을 맞추는 것과 달리, 나를 위한 집을 갖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집을 집값 상승으로만 보지 않고 아늑한 거처로 기대한다면 무엇이 바뀔까요?
시대에 따라 집도 바뀐답니다. 요즘 추세는 거실은 작아지고 부엌은 커지고. 같이 음식 하고 나눠 먹고 TV까지 보는 공간으로 부엌이 떠오른거죠.
"집은 편안해야죠. 늘어진 추리닝 같은 집이 좋은 거여요. 넘 비싸게 지은 집은 불화의 씨앗이어요. 칠 벗겨질까봐, 마루 까질까봐 날카로워지죠."
절을 지을 때, 꼭 한옥으로 지어야 하나요? 부처님은 인도 분인데? 그래서 요새 스타일로 지었다고요. 사설 감옥으로 오해하신 분도 있다지만 조계종 제따와나 선원은 진짜 아름답습니다ㅎㅎ
영양과잉 정보과잉 공간과잉의 시대, 20평 땅에 7평 2.5층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을 지을 때, 들꽃을 가져와 정원을 구상했다고요. 이 집 겸공에서 소개된 것 기억납니다. 귀엽고
"땅의 꿈과 더불어 집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그 공간에 담기는 사람들의 생각과 사람들이 쌀면서 쌓아나가는 시간이다."
책은 아름답습니다. 건축가 부부가 아니라 시인인가 했습니다. "땅이 유순해지고 꽃이 피는 봄은 공사하기 적합"하다는데, 땅이 유순하다니요. 이런 감수성이니 건축의 선도 남다릅니다.
한국의 선은 모호하다며, "버선코처럼 무언가 뾰족한 듯하면서도 뭉툭하고 우리 도자기의 선처럼 우아하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곡선"이라고 하죠. 그래서 "선을 부드럽게 긋는데, 어깨의 힘을 빼고 작위적인 선을 경계하며 무심히 그려내는 선", "오랜 시간 이 땅에서 살아오며 자연스럽게 스며든 땅의 의지"를 구현하는 작업이라니 근사하지 않나요.
"공간이 끊어지지 않고 안과 밖, 높이의 차이를 굼실거리며" 이어지는 건축은 어떤가요.
책의 감동을 이어간 북토크의 여운을 제가 정리하니 뭔가 아쉽습니다. 그러니 책을 보세요ㅎ
이런 누마루 갖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게 흠입니다.
아참. 두분 건축사무소 가온이 한국의 30대 건축사무소 중 3년 연속 1위란 미국 건축 플랫폼 <Architizer> 평가 참고하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