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잔디밭 너머 대서양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 당겨서 창문 앞에 뒀다. 창틀 너머 풍경은 광활하고, 창문 안쪽은 안전하다. 좋은 사진은 멋진 풍경이 관건이 아니구나.
남산 아래 피크닉에서 진행되는 박용만님 사진전 〈HUMAN MOMENT〉, 놀라웠다. 2월15일까지 하니까, 놓치지 마시기를. 심지어 무료다.
사진에 각별히 마음 쓰시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 사진을 찍으셨으면 사진전 이미 몇번은 하셨어야 마땅하다. 이런 사진을 50년 만에 처음 세상에 내놓으시다니. 사진가 박용만의 시선은 다정하고 유쾌하다. 그의 앵글 속에 사람이 있고,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그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
격정적으로 키스하는 커플 앞에 지치고 무덤덤한 커플 사진, 이런 순간들 말이다.
"좋은 사진의 객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다시 보고 싶은 사진, 다시 느끼고 싶은 장면이 남을 뿐이다."
오늘은 운좋게 사진가님이 직접 도슨트로 사진을 설명해주는 날이었다. 대륙의 끝자락, 대서양을 바라보는 곳에서 굳이 앵글을 창문 안쪽으로 들여온 사연을 듣는데 사진이 완전 다르게 보였다.
사진마다 빨갛고 파란 보트의 밑바닥 스크래치가 다르게 와닿고, 같이 간 후배 ㅈㅎ의 말대로 눈이 녹는 모습이 베이글 같다.
색감은 왜 이렇게 좋은걸까. 색깔에 온도가 있다면 넉넉한 품으로 따뜻하게 품어주는 기분이다.
유일하게 대중에게 공개된 사진은 독일 어느 숲 풍경. 가수 양희은님 요청으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앨범에 실렸다.
피크닉은 1층부터 4층까지 전시가 이어지는 구조인데, 4층 사진은 작심하신 작품들. 약자를 담았다. 노숙자, 노인.. 색을 걷어낸 흑백 그림자들. 판자촌 풍경에 대해 1인당 국민소득 3.6만달러 국가 중에 이렇게 비참한 풍경은 본 적 없다고 하셨다. 선진국의 화려한 성적표 뒤에 가려진 우리 현실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말씀이 남는다.
회장님은 직접 (현란하게) 칼질하며 동대문 독거노인들께 따뜻한 도시락을 챙겨오신지 오래되셨다. 몇 번 거들다가 자영업 시작한 이후, 나도 못 가봤다. 차마 회장님 앞에서 바쁜척 할 수도 없는데, 한결 같은 어른 앞에서..(쓰다보니 부끄러워지네..) 따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데 끙.
(사진 잘못 찍으면 이렇게 롱다리 대자와 짧은 대부로 나온… 죄송ㅠ)
좋은 어른이 계셔주셔서 고마운 것과 별개로, 이 사진들은 마음을 울린다. 여운이 긴 사진들이다. 50년 간 찍어온 사진 중 고르고 고르는데만 10개월 걸리셨다고. 덕분에 우리는 전시장에서 80점, 사진집에서 200점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순간의 기억을 나눠주셔서 고맙다는 걸, 사진을 보면 알게된다. 놓치지 마시라.
박용만 사진전 〈HUMAN MOMENT〉
26.1.16ㅡ2.15
■ piknic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피크닉)
■ 화–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 입장 마감 17:00
■ 무료 관람
#박용만사진전 #picnic #피크닉 #HumanMoment #사진전 #남산피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