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종교 시설

새 밑 무속인 배송

by 화월

아침 8시 넘어서 퇴근했다. 역대급 물량이 쏟아진 2차에 평소의 2배의 할당이 주어졌다. 예상대로 가면 9시 정도에 종료를 예상할 수 있다. 어떤 쿠친은 팀즈 단톡방에 욕설을 하며 2022년 마지막 날의 불운을 탓했지만 대부분의 쿠친들은 어이가 없어 그저 웃을 뿐이었다. 이미 달관한 부처들이다.


오늘은 1차에 D2배송 대신 실제배송에 투입되어 100여 가구를 처리했다. 부지런을 떨고 별 이슈가 없어야 휴게시간 이전에 마칠 수 있는 빠듯한 물량이다. 휴게시간을 22시로 당기고 30분씩 쪼개기로 하고 휴게시간에는 비번을 알고 있는 고급 오피스텔을 먼저 배송하고 사전 사진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 30분 정도의 시간 세이브가 발생한다.


배송에서 중요한 부분이 많은데 적재는 매우 중요하다. 오늘의 1차 적재품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대형 UHD TV이다. 탑차의 화물칸 맨 앞의 벽면을 가득 차지한다. 일단 크기부터 배송인의 의옥을 꺾는다. 잡아서 들어 올리고 내리는 일이 힘이 들어간다. 공간을 차지하는 부담도 있다. 행여 연립주택 노엘베 5층이라도 걸리면 초반 체력과 멘털 고갈이 예상된다.


하지만 1차 이슈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는데 12시가 막 지나고 새해가 밝은 순간 정정배송 알림이 왔다. 진입로가 마땅치 않아 주차 후 가파른 언덕을 50여 미터 올라 다소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낡은 오피스텔 402호였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분명 번지수 확인 잘했는데...


기프트는 콜라 두 박스였다. 액체류의 배송은 무겁기도 하고 파지가 어려워 대부분 싫어한다. 그것도 높은 언덕을 오르며 힘들게 다녀온 공력 때문에 슬슬 걱정이 되었다. 호수는 같은데 동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몇 군데 그 배송을 하고 확인해보니 바로 옆에 다른 건물이 있고 매우 헷갈리게 번지수 표시가 되어있었다. 배송 이력을 보니 오배송이 잦은 곳이다. 이번에는 위쪽에 차를 대고 내려가서 물건을 되찾아 차에 싣고 마주 오는 차와 신경던을 하며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간신히 차를 세우고 또 무겁게 들고 옆건물 지하주차장으로 입장하니 이번에는 비밀번호가 말썽이다. 대체로 낡은 건물의 입구의 키패드는 역시 이용이 불편한데 어쩔 수 없이 어두운 지하주차장 문 앞에서 또 좌절하며 할 수 없이 공현배송했다. 나중에 보니 물건 주인이 정정배송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그 건 하나에 소비된 시간은 거의 20분이다. 멘털이 흔들릴만한 수준이다.


대형 TV는 아담한 2층집이라 우려와는 반대로 쉽게 배송했고 콜라 2박스를 들고 새해 벽두에 힘을 소진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약과다. 인생은 양파처럼 까도 까고 가도 가도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인다. 2차에서 무너진다. 쿠팡 입사가 후회스럽고 이 일은 인간이 수행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2라운드 82 가구라니!. 노멀 일부 인원 110 역 가구로 절망 중이었다.


그렇게 2라운드가 시작되었지. 1차에도 갔던 406 라우트이다. 그곳은 신논현역과 인접한 영동시장 근처이다. 이곳은 술집을 비롯한 도시인 위안시설이 많다. 제일 눈에 많이 띄는 곳은 술집과 커피숍 그리고 사우나이다. 골목사이 연립주택이나 허름한 건물에 또 눈에 들어오는 시설은 종교시설이다. 마음의 위로 참 중요하다. 하지만 이날 이 무속인이 주문한 기프트 때문에 근력과 멘털을 심하게 탕진했다.


새해 첫날 그 누구의 영혼을 달래줄까? 3층에 있는 이곳에 6번 왕복했다. 총 기프트 수는 13개이다. 플래쉬백 4개 단뿌라 3개 박스 6개이다. 아마도 새해 첫날 굿이어를 염원하는 굿이 열리나 보다. 힘든 배송에 짜증이 나가다도 탄원인의 행복을 빌며 계단을 올랐다. 시간의 소비했고 배송은 늦어 늦게 퇴근해서

버스 타고 귀가하는 동안 졸다가 내릴 곳을 놓치고 부랴부랴 내리느라 휴대폰을 놓고 왔다가 뒤따라 온 택시로 추격전을 펼쳐서 택시 기본요금 3800원으로 '손 안의 세계'를 되찾았다. 힘든 배송 새해 젓날은 기프트가 충만했다. 이처럼 새해는 좋은 일들로 가득 채우기를 두 손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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