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학개론

들어가는 말

by 화월

이 도시는 잠들지 못한다. 언제나 깨어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사람들은 잠들지 못했다. 저녁 무렵 꽃단장을 하고 술 마시러 가는 사람, 술에 취해 길거리를 방황하는 청춘, 밤을 새우고 또 해장술로 간밤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일행이 밤새어진다. 이 도시는 이 고독한 배송가가 세상을 관찰하기에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배송이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안전하게 원하는 장소에 갖다 주는 일이다. 우체국 집배원을 통해 소포로 소통하던 시대와는 다르게 요즘은 일단 모든 게 빠르다. 심지어는 새벽에 도착한다. 로켓배송은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에 오기도 한다. 신선한 제품도 일정한 기준의 냉장 상태로 출근 전 당도한다.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빠르다. 갈수록 빨라진다.


배송이란 이름의 이 행위는 어떤 고독한 인간이 심신의 힘을 상품분류 적재 선별 상품 운반 운전 또다시 화물칸에 있는 기프트를 골라 가상의 PDA와 실제 상황을 비교 분석하여 일치될 경우 가상의 화면에 사진을 찍고 송신하고 불일치를 해소하는 매우 고된 작업이다. 고객의 주소와 신상 정보를 파악하고 무겁거나 들기 어려운 기프트들을 정확하게 고객이 원하는 위치에 택배 하는 일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한두 건이라면 몰라도 새벽에 동이 트기 전 2배 가구 언저리 3~4백 개의 기프트를 시간제한을 두고 밤새 뛰는 일뿐만 아니라 주변의 교통인들과의 마찰 좁은 도로 여건 언제나 갑질을 해대는 공공주택의 경비원들과의 불화도 극복하면 멘털을 관리해하는 지난한 일이다.


회사에서 쿠친아라 불리는 배송인들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또는 세상사 번다함을 피해 해가 저무는 저녁에 캠프라 불리는 물류기지에 나와 저마다의 목표로 밤을 새운다. 21세기의 서울이란 도시는 올빼미의 도시이자 늘 바쁜 사람들이 무지하게 뛰어다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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