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시 자주 당하는 부상

뛰지 말고

by 화월

겨울 날씨 답지 않은 포근한 연말이다. 골목에는 지난번 폭설을 기념하듯 제설 당시 길가에 밀려난 대로 굳어진 겨울의 유품처럼 눈들이 치워져 있다. 오물을 뒤집어섰서도 하얀 빛깔을 겨울 달빛에 도도함마저 느끼게 하는 풍모를 지녔다. 오늘은 송파 2로 지원을 갔다. 그렇게 D2에 간 곳은 암사동 지역이다. 처음 가보는 곳으로 캠프에서 이동 시간만 25분이 걸리는 먼 곳이다. 한강변에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거주했다는 곳곳의 현생 인류도 쿠팡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 가면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오늘은 몸이 가볍다. 오밀조밀 연립주택들이 모여있는 정겨운 동네이다. 골목의 좁지만 깔끔하게 청소가 되어있다. 길바닥도 새로 정비를 했는지 단정하다. 오히려 물기를 머금은 포도는 미끄러울 지경이다. 곳곳에 결빙 구간은 위험해서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주의를 하면서 오늘은 날씨도 춥지 않아서 좀 뛰어보기로 결심했다.


방심은 금물이다. 몇 집을 무사히 돌고 골목어귀에 차를 세우고 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곳의 집을 어렵게 찾아내고 성공한 기쁨에 차로 서둘러 뛰어 나가는 순간 발끝에 무엇인가가 걸리면서 대자로 엎어졌다. 그 순간 제일 타격을 많이 받는 부분은 무릎이라는 것을 우리는 갓난아기 때의 오랜 기억으로부터 본능접으로 깨닫는다. 심한 충격과 내 무릎에서는 출혈이 발생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오른손에 들려있던 PDA는 미끄러져서 5미터는 족히 길바닥을 미끄러져 갔다. 넘어지는 소리와 나의 비명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유일하게 그 주위를 새벽 1시 30분에 걷던 청년 하나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던진다. 나는 별일 아니라서 위로를 안 받아도 된다는 듯이 즉시 일어나 PDA를 수습하고 차로 갔다. 통증은 엄습해오고 나의 운명을 뒤돌아본다. 아 슬픈 자화상 하나 송파의 암사동 골목에서 걸음아 어린아이처럼 대자로 엎어지고도 아픈 기색도 못하고 아픔을 참고 있구나.


무릎의 통증이 그만했던 것은 두꺼운 방한바지와 그 밑은 큰딸이 생일 선물로 사준 발열 내의의 충격 완화의 힘이 컸다. 처음 가보는 곳에서 시간에 쫓겨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부지런히 배송을 하다 보니 무릎 상처의 액상화 된 피가 응고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아픔도 잊고 퇴근을 했다. 캄프에 복귀해서 교보빌딩과 강남역 삼성전자 빌딩 숲을 굽어보며 1km 정도 걸어서 지하철을 타고 졸다가 졸다가 도착한 곳은 한 정거장 지난 구로디지털역 다시 한정거장을 뒤로 가서 버스 정류장의 온돌 벤치에서 행복감이 밀려오는 따스함을 느끼고 5516번 미을 버스 환승을 해서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을 처음으로 보니 아뿔싸 무릎 쪽 옷감은 다 너덜너덜해졓고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다. 다시 입기 어려운 수준이다. 나의 무심함에 나도 놀랐다. 넘어지고 부상을 당해 거의 8시간이 지난 시점에 처음 본 부상 부위는 외관상 중상자 수준이었다.


아침으로 막걸리에 굴국밥을 먹고 취해 긴 언덕을 올라 양치만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도 무릎의 진짜 부상 상태는 관찰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상처를 어루만질 때가 아니고 밤새 시달린 신체외 활성화된 뇌를 잠으로 달래주는 일이 시급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잠에 취했다기 일어나 샤워를 하려고 탈의를 해보니 양무릎은 커다란 검은색 피딱지가 생겨있었다. 아 주인 잘못 만난 무릎의 서글픔이여! 나이를 먹고 처음으로 보는 어린 시절의 특권이 무릎 피딱지를 보니. 아직은 젊구나 밤에 뛸 수 있다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근로인가 노동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