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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호 Apr 02. 2024

갈 길이 멀도다

Day 28


28일 차지만 엄밀히 말하면 나는 요가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다.

어느 정도 근력이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두 팔에 내 몸을 지탱한다거나 복근으로만 두 다리를 들어 올린다거나 하는 힘은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하다.

나는 아직 요가 햇병아리니까.


하지만 점점 선생님들께서 조금씩 고난도의 동작들을 추가하신다. 아마도 할 만해 보이니까 권하는 거겠지? 겐 좀처럼 닿기 힘든 레벨의 퀘스트가 주어진 느낌이다.


자. 여기서 나의 성향이 드러난다. 전에도 썼지만 나는 쉽게 만족하는 스타일. 뭐 하나를 끝장 보는 성향이 아니다. 그것은 수능을 준비하던 고교시절에도 그랬다. 분명 조금만 더 공들이거나 궁리하여 파고들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챕터일 텐데 100점 만점에 90점이 나오면 그 챕터에 해당하는 문제만 늘 틀리더라도 그냥 ‘이 정도면 잘했어.’하고 넘어가곤 했다. 그러니 그 챕터는 영 영 내가 넘지 않는 혹은 넘을 수 없는 마음속 장애물과 같은 존재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여기서 만족하고 멈출 것인가 아니면 이를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인가. 오래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나는 ‘성장’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자라나는 내 모습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 내가 요가를 오래 할 운동이라 여긴다면 아마 나는 ‘성장’을 위해 느리지만 차근차근 도전하지 않을까 싶다. 느리지만, 아주 느리지만 차근차근하다 보면 언젠가 되겠지.


겁도 많아서 어떤 동작은 지레 만족하는 척하며 포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잘하고 싶다.


겁이 나면 안 다치는 방법으로 살 살 도전하면 될 거다.

아마도. 그러면 될 거다.

그러면… 되…겠지…?


너무 깊게 생각 말고

그냥 해보자.



덧) 이 글을 수정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읽어보니 그 사이 나는 생각이 좀 바뀌었더라. 오래 해야 하는 일이라면 성장이나 재미보다는 밥을 먹는 일과 같이 습관처럼, 별다른 기대 없이, 숨 쉬듯 대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단 생각이 드는 요즘이라… 물론 나는 자주 번복할 것이고 변덕도 부릴지 모르므로 도장 찍듯 ‘이거야’ 하고 결론 내리는 건 피하고 싶다. 일단 뭐가 되었건 하는 게 중요한 거니까. 내게 요가의 본질은 ‘건강한 심신을 위한 몸의 명상’이다. 이걸 스스로가 잊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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