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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Apr 03. 2024

궁극적으로, 요가를 하는 이유

Day 29

오늘은 요가를 다녀왔지만 몸도 마음도 어떤 감흥이 없던, 아주 노말 하고도 슴슴한 날이었기에 좀 뜬금없지만 요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왜 그 많은 운동 중 요가인가?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조금 겁내하는 편이다. 특히 몸으로 하는 것들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 스트레스가 겁이 나는 것. 아마도 예민한 성격 탓이겠지. 하지만 요가는 대학시절부터 문화센터를 가든 혼자 집에서 영상을 보든 쉬이 접할 수 있던 종목이라 다른 운동들보단 비교적 마음 편히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척추측만증이 심한 편이다. 골반도 많이 틀어져있고 어깨 높이도 다르다. 인지만 하고 있을 뿐 딱히 다른 방도 없이 불균형의 상태로 살고 있는데, 어느 날부턴가 이로 인한 통증들이 동반되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왼쪽만 아프다거나 턱이 아프다거나. 하여 자세 교정의 목적에서 요가를 시작하게 된 것도 있다.


그리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맛만 보고 관두기 일쑤기도 해서 기존의 것들 중에 오래갈 수 있는 것들로 취사선택하여 유종의 미(?)를 거둬보고픈 마음도 있어서다. 그중의 하나가 요가였다. 나도 뭐 하나 진득하게 하는 운동 있다고 말하고 다니고 싶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이가 많은 다른 성인분들도 꾸준히 다니는 것으로 봐서 꽤나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운동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아저씨가 인스타에서 머리서기를 하는 영상을 올린 걸 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머리서기까지는 아니라도 나도 늙어서까지 꾸준히 하는 한 가지 운동을 갖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내면의 건강과 육체적 건강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시작했다. 아쉬탕가 시간에 선생님 말씀이, 요가의 궁극적 목표는 동작중에 얻는 명상이라고 하셨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고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열심히 다니는 중이다.


그리고 시작한 지 30일 차가 된 지금,

나는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맛보고 있는 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며 실제로 주위 사람들에게 요가의 긍정적 측면에 관해 전파하고 다니는 중이다.


일단, 몸무게가 늘었다. 이건 누군가에겐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난 모태 쭉정이 인간이다. 대벌레 같다고나 할까. 소화기관이 약해서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다만 설사나 체를 잘할 뿐. 매우 슬픈 일이다. 어릴 땐 괜찮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같은 몸무게라도 사람이 이상하게 병약해 보이고 체력은 더 떨어져 주눅 들어 다니기 일쑤였다. 작정하고 많이 먹어 위장이라도 늘리려고 하면 이내 곧잘 체하거나 배탈이나 병원 신세를 지기도… 그런 내가 요가를 시작하며 배고픔을 수시로 느끼고 먹는 양은 똑같은데 살이 붙고 근육도 붙는 아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뒷 산을 타고 수시로 홈트를 해도 이뤄내지 못했던 것들인데 작년 같은 달에 비해 몸무게가 5킬로 정도가 늘었고 나는 드디어 사람다운 몰골을 하게 되었다. 몸에 힘이 붙는 게 느껴지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덜 괴롭다. 그러니 자연스레 자신감이 붙는다.

아파도 가라앉을 정도로 체력이 바닥나지 않는다.

감사한 일이다.


또한 스트레스가 줄었다.  적어도 요가하는 동안은 동작에 집중하고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진다. 본디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은 인간이라 머릿속이 쉴 틈이 없었는데 이젠 머릿속도 많이 가벼워졌다. 맑아졌단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비록 초반에는 몸의 적응이 느리고 아직도 근육은 당기고 아프기도 하지만 머릿속은 안개가 걷힌 듯 많이 맑아진 게 느껴진다.


그리고 요가 덕분에 나와 좀 더 친해지는 중이다.


안 쓰는 근육을 쓰고, 나만의 힘으로 버티고 힘주다 보니 나의 약한 부분이라던가 잘 되는 부분, 점점 잘 되어가는 자세 등을 좀 더 면밀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픈 곳은 호흡을 넣어 좀 더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고 성장되는 부분은 매일 뿌듯해하며 칭찬해주기도 한다. 내 몸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운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나를 바라보고 느낀단 건 의외로 살면서 겪기 힘든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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