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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Apr 04. 2024

몸이 짝짝이인가 봐

Day 30

사람 몸은 누구나 다 대칭일 수 없겠지만 나는 유독 비대칭이 심한 것 같다.

아쉬탕가를 할 때면 더 여과 없이 느낄 수 있는데 요가 동작들이 그렇듯 왼쪽을 꼬아 숙이는 동작이 있으면 오른쪽을 꼬아 숙이는 동작도 있다. 왼쪽으로 비틀면 오른쪽도 비틀고. 이렇듯 대칭적으로 동작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방향은 잘 되는 반면 어떤 방향은 잘 되지 않거나 무척이나 아픈 방향이 있는데 나는 이 편차가 너무 크다.


사바아사나를 할 때에도 힘을 풀고 누워있으면 왼쪽 발과 오른쪽 발이 자연스레 양 옆으로 넘어가는데 그 각도도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골반, 척추 등 전체적으로 비대칭이 있단 얘기겠지.


요가원 원장님 눈에도 그게 보이시는지 내 추측일 수도 있지만 사바아사나를 할 때마다 한 번씩 내 다리 쪽으로 오셔서 밑에서 다리를 모아 힘껏 아래로 쭈욱 늘려주실 때가 있다. 흑. 그렇게 해주셔도 여지없이 내 발은 왼쪽발이 덜 내려가고 오른쪽 발이 더 내려간다.  햄스트링도 오른쪽은 이제 주욱 주욱 잘 늘어나는 반면에 왼쪽은 요지부동, 통증만 더해진다. 왼쪽 햄스트링이 더 짧고 더 팽팽하고 수축된 느낌이다.


도대체 내 자세는 언제부터 나빠진 걸까.


곰곰이 되짚어보다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집에서 공부할 땐 책상보단 주로 바닥에 상을 펴놓고 하는 걸 좋아했다. 그때 자세가 아마 양반다리가 아니라 한쪽으로 다리를 접어 앉는 자세였던 걸로 기억한다.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시절의 공부기간 동안 아마 주욱 그 자세를 했을 테니 척추가 휘지 않고 견뎌냈을까. 그러다 회사 다니면서 어느 날 갑자기 한쪽 머리 뒷덜미와 목 부분이 찌릿하더니 며칠 뒤 아침에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가지 않는 거다. 어느 방향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고갤 돌리려고 하면 너무 아팠고 완전히 그 상태로 굳은 느낌.


그때 나이가 스물다섯이었다.


점심시간에 찾아간 신경외과에서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척추 측만증’이라고 했고, 스트레스의 영향도 크다고 했다. 처음으로 신경외과에서 바늘 같은 걸로 찌릿찌릿 전기 치료도 해보고 한의원도 다녔다. 덕분에 자연스레 고개는 돌아왔지만 그 이후로 딱히 몸의 균형을 위한 어떤 시도를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는 데에 있어서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30대에 접어드니 한 번씩 턱관절이 아프고 얼굴도 점점 비대칭으로 되어갔다.


지금 하는 요가가 내 몸의 불균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드라마틱한 결과까지는 주지 않아도 지금보다 최악이 될 일은 막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면

언젠간 되겠지.

언젠간 조금씩 덜 아파 오겠지.


조바심 내지 말고 하나씩 또 차근차근 이어 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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