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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Apr 08. 2024

새해 첫 요가

Day 31

2024년이 밝았다. 고로, 오늘은 새해 첫 요가가 되겠다.

연휴 동안 정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2023년 마지막 날 살짝 쇼핑몰을 들렀던 것 말고는 거의 집에서 와식생활자와 비슷하게 있었던지라 몸이 엄청 굳어있었다. 아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죄책감에 한 번 스트레칭 비슷하게 움직였는데 햄스트링이 말도 안 되게 또 아파왔다. 살짝 우울했다. ‘도대체 언제쯤 나아지는 건가’.


2개월이 넘게 요가를 했는데도 저절로 나아지는 게 아니라면 필히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유튜브를 켜서 ‘햄스트링 스트레칭’에 관해 검색을 했다. 앉은 자세 전굴로 천천히 이완하기, 서서 이완하기 등 이미 알고 있는 동작에 더해 양다리를 쫙 펼쳐서 허리를 숙여 내려가는 방법도 있더라. 그런데 내겐 마지막 동작인 양다리를 쫙 벌려 허리와 가슴 순으로 곧게 내려가는 이 방법이 도움이 되었던 건지, 동작을 마치자마자 엄청난 개운함이 몰려왔다. 다리가 요 근래 어떤 날보다도 가볍게 느껴졌다. (다리를 쫙 벌린 상태에서 발 끝을 천천히 부드럽게 돌려 이곳저곳 근육에 자극을 주었던 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건 일시적인 것일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좀 더 시도해 본 뒤 나의 스트레칭 루틴에 넣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이렇게 새해 첫 요가를 가게 되었다. 햄스트링 스트레칭 한 번 했다고 동작들에 어려움들이 대거 해소되는 건 아닐 테고 연휴 내내 누워있어서 근력이 다 풀렸을 것이기에 오늘 요가도 살짝 입에서 피맛이 날 정도로 힘든 건 아닐까 걱정했던 내 기우와는 달리 오늘은 정말 그 어떤 날보다 가뿐했고, 단단하게, 올곧게, 좌 우 골고루 힘이 전달됨이 느껴졌다. 정말이지 처음으로 ‘제대로’ 요가를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늘 왼쪽이 아프거나 유독 약해서 서서 전굴을 할 때에 두 다리에 공평하게 힘이 가해지지 않았다. 앉아서 전굴을 할 때에도 왼쪽은 거의 가망 없는 굳은 자의 몸뚱이 형세를 하고 있었다면, 오른쪽은 ‘오 제법 다니신 분의 유연함인가요’ 싶은 정도의 모양이어서 대칭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나. 오늘 드디어 제법 대칭에 가까운 몸동작을 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러니 요가 시간이 너무 재밌게 느껴졌다. 그동안 왼쪽 다리 때문에 아파서 괴롭고 잠시나마 작아지고 주눅 들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정말 재미가 있었다. 물론 원장님의 빈야사 시간이라 체력적인 면에서 힘들기도 했지만 아주 기분 좋게 땀을 흘리고 나왔다. 이 느낌이 계속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서 얼른 앉아 글을 써본다.

‘이거 이거- 나랑 맞는 운동을 찾은 것도 같은걸?’

운동이랑은 영 거리가 멀던 사람이 뭔가 자신과 맞는 걸 찾았다는 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나도 이런 날이 있구나 싶고 뿌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아직 햇병아리! 또 조금씩 더  천천히 나아가보자.




덧붙이자면 작년 연말에 가족의 일로 커다란 근심이 하나 생겼었다. 올해 다 지나갔다 이제 마무리다!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고민거리가 하나 생겨버린 것. 그래서 그 어떤 연말보다도 기분이 좋지 않았었고 쉬이 해결될 일이 아니어서 멘탈적으로도 금세 지치거나 한없이 우울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요가를 다녀오는 순간만은 이 우주에서 그저 해결해야 할 하나의 부분으로 보여 조금은 정돈된 마음으로 그것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레 내 몸에 집중하게 되고 내가 처한 문제들과 잠시 단절되어 떨어져 있게 되는 순간이 온다. 어쩔 수 없다. 몸을 끊임없이 쓰고, 근육들을 살피고, 손 끝의 모양, 발 날의 모양, 고개의 각도, 내 컨디션에 맞는 동작, 체력 분배, 등등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것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없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 자체가 명상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 아쉬탕가 시간에 선생님께서 요가(아쉬탕가)의 목적은 움직임을 통해 명상에 다다르게 함이라고 하셨는데, 나 조금 목적에 가까워지기도 한 건가 싶기도.


내가 하는 게 명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어찌 되었건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정돈할 수 있는 데엔 내겐 요가만 한 게 또 없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더 해보는 거다.

기대 없이 조바심 없이 그냥 해보는 거지.


올 한 해도 잘 부탁한다 요가!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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