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호 Apr 09. 2024

명상은 때때로 예기치 못한 곳에서

Day 32

아쉬탕가 시간이다. 작년부터 이어져온 가족의 한 가지 문젯거리가 있는데 이게 요즘 더 커지고 있어 밤잠을 잘 못 이루는 중이다. 요가를 하면서 잠시 잊어보자 싶어 부리나케 아쉬탕가를 배우러 요가원에 왔다. 전에도 썼듯이 요가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명상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오늘도 그 기분을 만끽하러 온 거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명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오늘 요가는 정말이지 역대 최고로 우스꽝스러웠다. 엉망진창 대잔치. 평소 알던 자세인대도 자꾸 실수 연발이라 나의 자세를 교정케 하기 위해 선생님께서 몇 번이나 오고 가셨는지 모르겠다. 조용히 다가와 자세를 교정해 주실 때마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가 어이없어 웃음이 났다.

‘아. 오늘 요가 그냥 망했다. ㅋㅋㅋ’

원래 잘 못하니까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집중이 안되고 다른 생각들이 한 번씩 떠오르니 다른 날과 다르게 오늘은 내가 좀 이방인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인 일에 마음이 너무 깊이 빠지면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은 듯한 느낌.

나와 다른 분들이 잠시 서로 다른 공기를 마시고 있는 느낌.

분명 같이 요가를 하고 있는데 마음이 붕 떴다.

그래도 나름 애쓰며 열심히 따라 했는지라 땀은 뚝뚝 떨어지며 점점 몸이 개운해지는 게 느껴졌다.


우여곡절 끝의 요가를 끝마치고 밖을 나와 차가운 겨울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니 좀 낫더라. 집에 돌아와 샤워 후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와 오랜 시간 통화를 했다.

친구가 그러더라.

‘너는 할 만큼 했어. 그러니까 이제 쉬어.’


아. 오늘의 명상은 친구에게서 얻나 보다. 나름의 좋은 삶을 위해 가져야 할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하나는 친구 같은 운동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를 알아주는 친구이다. 그렇다면 나는 일단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걸로…!


의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힘을 얻기 위함이야!


나는 너무 의지하지 않으려 노력해서 탈이지만. 의지를 한다고 해서 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라는 생각이 강해서 웬만하면 의지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요즘은 역대급으로 마음이 힘든 시기라 친구 붙잡고 엉엉 울고 싶기도 하다.


뭐.

이 또한 지나가리-








매거진의 이전글 새해 첫 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