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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Apr 15. 2024

가자, 가보자!

Day 33


아, 가기 싫다.


생리 기간 동안 요가를 며칠 빼먹었더니 그새 정신상태가 해이해졌나 보다. 날도 춥고 집은 뜨끈하니 눈 뜨자마자 가기 싫단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오늘은 일주일 중 제일 운동이 많이 되는 원장님 타임이다!

‘가자… 가. 오늘 가야 또 는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침 커피를 마시고 정신을 깨운 뒤 요가원으로 향했다.


밖을 나서니 눈 발이 조금씩 날리고 있었고 길이 꽤나 미끄럽다. 잔뜩 움츠리며 종종걸음으로 도착한 요가원엔 이미 많은 회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계셨다.

’역시. 다들 부지런하셔.‘

날이 추워 많이들 빠졌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일찍이 자리 잡아 앉아계신 모습들을 보고 나도 좀 더 바지런해지자고 마음먹어 본다. 쓸데없는 걱정이 좀 있는 나는 정신상태가 풀어지니 몸도 풀어질까 살짝 걱정이 되었다. 하기 싫고 귀찮으면 몸도 평소보다 늘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으니까.

’근육도 마음 따라 평소의 80프로 정도만 쓰는 거 아닐까… 혹여나 집중 못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되니 정신 차리자.‘


본격적인 빈야사 수업이 시작되었고 날이 많이 추워졌으니 시작 전 몸을 평소보다 오래도록 신경 써서 푸는 동작들이 더해졌다.

‘오. 오늘은 이렇게 깊숙이 풀어주는 동작 위주인가?’의 생각도 잠시. 이내 휘몰아치는 매운맛의 향연들.

나는 왜 오늘따라 앞쪽에 자리 잡은 건지. 앞에 자리 잡으니 뭔가 원장님 눈에 떠 띄는 기분이고 뭔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쪼금 부담스럽네.

‘어래? 우리 회원님들 먼저 와서 뒷자리 차지하는 게 이런 이유였나?’

‘그렇군… 이제 알았어…’

희한하다. 보통 동네 운동센터들 같은 경우 오래된 회원님들은 앞줄이나 원장님 근처로 먼저 자리를 잡고 신생 회원님들은 앞자리 회원님들의 기에 눌려 뒷자리 구석에 쭈구리처럼(?) 수업을 듣는다고 하던데 우리 요가원은 특이케이스인가 보다. 오래된 회원님 들일수록 가생이 자리에 도인처럼 앉아계신다. 아. 나는 도인의 경지는 아니지만 다음엔 일찍 와서 뒤쪽으로 좀 앉아야겠다. 후-


오늘의 빈야사, 여지없이 험난한 동작들이 차고 들어온다. 늘 그렇듯 허벅지가 터져나가 너덜 해질 때쯤 반대쪽 동작으로 넘어가고 반대쪽 허벅지가 터져 나가 너덜 해질 때쯤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헤헤. 역시는 역시다.


그런데 지난주 보다 힘이 좀 덜 들어가는 느낌이다. 동작의 이동 시에 내 몸에 힘이 덜 느껴졌다. 아무래도 체중이 조금 줄어서 그런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여러 급한 일들이 있어서 먹는 걸 소홀히 했더니 확실히 기력이 덜한 것 같아 요가 끝나고 든든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움직이려면 에너지 공급을 잘해줘야겠군.‘

누군가에겐 빠지면 좋을 살이고 체중이지만 나는 좀처럼 살이 잘 안 붙는 체질이라 체중 1g도 소중하다.

‘쭉정이는 1g도 잃을 수 없어!!’

말라서 예쁜 것도 아니고, 호리호리 늘씬해서 보기 좋은 것도 아닌 그냥. 깡. 마른. 쭉정이. 그렇다고 내 몸을 사랑하지 않아 요가를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이 상태로 계속 나이를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 튼튼하고 더 건강하고 싶다. 보통의 체력으로 남들이 후두룹 뚝딱 해내는 일들을 걸림 없이 수월하게 해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가기 싫고 귀찮고 무기력하지만 궁둥이를 들고 스스로 다독여가며 요가를 온 거다. 그리고 좀 더 체력이 좋아지고 근력이 붙는다면 언젠가는 수영도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러니 지금 이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


마지막까지 나름의 최선으로 쥐어짜 내 빈야사 요가를 마쳤고 사바아사나로 누운 자세를 취했다.


턱 끝까지 올라왔던 가쁜 숨을 ‘후-’ 하고 몰아 쉬고는 기분 좋은 땀을 흘리며 한 타임을 마무리했다.


오늘도 하나 했다.

특히 힘든 시간을 하나 또 겪었다는 게 내심 스스로가 조금씩 강해지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내일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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