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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y 04. 2024

선생님 말씀에 항상 귀 기울이란 말야!

Day 43

아쉬탕가와 같이 정해진 플로우를 반복하는 요가수업은 익숙해지면 어느샌가 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않게 된다. 하라는 대로 말을 안 듣는다는 게 아니라 귀담아듣지 않는단 얘기이다. 그저 아는 동작이라고 자기 거 하기에 바쁘니 큰 틀에서는 같은 플로우를 타고 있는 듯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생님이 지도해 주시는 세부적인 이야기들은 한 귀로 흘리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동작들이 내게 힘이 들어 그 말들이 미처 내 귀에 도달 조차 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4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은 힘들어서 버티느라 정신없는 정도는 아니니 그냥 내가 선생님 말씀을 잘 귀담아 안 듣고 있는 것 같다. 혼자 속으로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는데에 급급하다.


무작정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닌데 여기서 성격이 드러나나 보다. 고집이다 고집. 자기가 다 해보겠다는 고집. 요령과 방법이 도처에 널리고 바로 옆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있는데도 ‘내가 굳이 찍어보고 맛보고 알아야겠다는 고집.’. 그렇게 해서 자기 스스로 터득하면 다행이지만 잘못된 방법을 옳다고 믿거나 대단히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방법을 취할 수도 있으니 요령껏 남의 이야기도 참고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나는 그런 부분이 참 부족하다. 그러니 때때로 어리석고 멍청하게 보일 때도 있다. 아니다. 사실 머리가 나쁘긴 하다.


그러나 오늘은 이야기가 다르다. 늘 하던 전사자세(비라바드라아사나)를 하던 때였다. 나는 늘 이 구간에서 살짝 속으로 주춤거리는데 자꾸 몸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시선이 손 끝으로 가는 동작들이다 보니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들어 올린 팔과 함께 느껴지는 상체의 흔들거림. 나는 늘 보이는 이 불안정함이 싫어 팔과 하복부 상체에 더 신경 쓰며 안간힘을 주는데 오늘 갑자기 선생님의 말씀이 들렸다.


“하체에 단단하게 힘을 주고 상체에는 힘을 빼세요.”


'어라? 하체에 단단하게… 이… 이렇게 주면 되는가?'

나는 몸의 하중을 체에 묵직하게 주려 노력했다. 굽힌 다리와 뻗은 다리 그리고 지면에 밀착되어 있는 발바닥에 묵직한 단단함을 주며 커다란 뿌리가 되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의식이 자연스레 하체로 향했고 상체엔 비교적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와. 확실히 덜 흔들리네! 근데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이 시간마다 늘 빠짐없이 하셨던 것 같은데 새삼 내게 와닿아 들리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스스로 생각에 갇혀 멋대로 혼자서만 하려 했던 건지 알 것 같아.'


내심 무언가 깨달은 느낌이었다. 아. 이래서 멘토라든가 스승이 필요한 걸까 싶었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멘토이다.

앞으로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지 말고 내게 필요한 부분을 잘 캐치하여 적용하도록 눈과 귀를 활짝 열고 많이 배우고 흡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에라도 이런 부분을 깨닫게 되고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 좀 컸나?


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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