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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y 07. 2024

새다리 같은 내 허벅지

Day 44


비트요가 시간이다. 하하. 원래는 원장님의 빈야사 요가인데 이번달엔 빈야사 대신 비트요가가 이 시간을 차지했다. 그흑, 전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비트요가가 무섭다. 막판에 휘몰아치는 복부운동! 극기훈련에 가까운 복부 다지기! 끝내고 나면 ‘아 혹시 나도 모르게 입에 거품을 무는 실례를 범한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비트요가.


그러나. 인간은 정말 무섭도록 적응하는 능력을 가졌던 것! 특히 나란 인간의 적응력에 스스로도 감탄하고 말았다. 어느덧 그 복부 운동에 적응을 하여 예전처럼 복부가 찢어질 듯이 아파서 중간에 쉰다던지 어지러워 쉰다던지 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던 것! 더군다나 나는 집에서 따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약간은 비루한 운동 생활인데도 이렇게 몸이 적응해 간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이 극한이라 생각했던 것에 조금씩 적응을 하고 다음의 극한을 기다리며 또 성장해 나가려고 준비한다는 게 이렇게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나 새삼 놀랍기까지 하다. 그냥 했던 것들인데 된다. 아. 그래서 운동에 심취한 사람들이 생기는 건가! 예전엔 꼬박꼬박 운동을 나가고, 땀 흘리는 것에 중독이 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젠 좀 알 것 같다. 몸에 가져다주는 이득이나 개인적인 자신감, 의도치 않은 성장 같은 것들을 가장 손쉽고 정직하게 얻을 수 있는 게 운동임을 이제 나도 조금은 체감을 했다.


그러나.

그러나.


오늘 비트요가를 해 본 바, 내게는 지금 복부가 문제가 아니다. 복부보다 더 심각한 게 있다. 그건 바로 허벅지!


비트 요가 중에 한쪽다리로 지탱하고 서서 나머지 한쪽 다리는 앞으로 든 채 버티는 쪽의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움직이는 동작이 있다. 허벅지에 힘을 주고 견디는 건데…

구부렸다 폈다 할 때마다 버틴 다리의 허벅지가 정말 볼품없이 달달 떨리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건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 진짜 볼품없다…’


되도록이면 거울 속의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한 곳을 응시하며 허벅지에 힘을 주는 연습을 하는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복부에 힘을 줘도, 허벅지에 힘을 줘도 다리가 달달 떨리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선천적 쭉정이 인간. 허벅지가 얇다 못해 빼짝 말라있다. 동작을 하는 내내 떨리는 내 다리를 보면 마치 새다리가 생각난다. 새다리의 얇디얇은 부분이 마치 내 허벅지 같달까… 내 콤플렉스 중의 하나이다.


‘아. 허벅지 살이 좀 붙어야 근육도 붙으려나? 살을 찌워야 되나?’


사실 잘 모르겠다. 이대로 계속 근육을 만드려니 내 체격은 한계가 있는 것 같고 좀 더 두꺼운 근육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살이 좀 쪄야 될 것 같다. 물론 나는 운동 전문가가 아니므로 좀 더 알아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살을 더 찌워서 나쁠 건 하나도 없어 보이는 몸뚱이임은 확실하다. 문제는 살 찌우는 게 어렵다는 것. 체질상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 있다던데 내가 그 체질 같다. 웬만큼 먹는다. 어디 가서 소식한단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 그런데 안 찌는 건 소화력이 못 받쳐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양흡수도 제대로 못하고 체하거나 배탈 나거나 하는 일들이 일상이었다.


자동차로 치면 연비가 최악인 거다. 슬프지만.


그러나 요가를 하면서 본격적인 식사량 늘리기에 도전해볼까 한다. 아무래도 요가를 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순환도 잘 되므로 소화기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소화가 잘 되면 예전보다 좀 더 먹어도 덜 부담스러울 테고 영양흡수도 좀 더 잘 될 것 같다.


단백질도 평소보다 조금 더 챙겨 먹어야지.


그래서 언젠간 나도 꼭

새다리 같은 허벅지가 아닌

닭다리 같은 허벅지를 만들 것이다!


꼬꼬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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