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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y 10. 2024

나는 정말 몸치인가 봐

Day 47

비트요가 시간이다.


‘훗. 비트요가? 오늘로 한 다섯 번째인가? 이 정도면 덜 버벅대고 하겠지. 막판의 복부운동이 좀 힘들긴 하지만 이젠 쉬지 않고 다 해낼 수 있다구!’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요가원을 갔다. 시작되었어 시작되었어!


나 1: 어래? 근데 나 왜 버벅대? 뭐야. 돌머리야? 순서를 아직도 헷갈려해?

나 2: 아. 당연하지. 매일 따라 하기 바쁘니 순서 따위 머리에 생각하며 하긴 했냐 네가?

나 1: 아니 그래도 이 정도면 몸에 좀 자연스레 익어야 되는 거 아냐?

나 2: 워낙 생각 없이 따라 하니 그렇지. 으이그. 고작 다섯 번 해놓고 너무 큰걸 바라는 거 아냐?

나 1: 그래? 그럼 뭐… 조금 더 신경 써서 계속해봐야지 하는 수 없네.


내면의 아이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런 나를 너무 이상하게 보지 마시길. 나는 엠비티아이도 t와 f가 번갈아 나오는 경계형 인간이다. 그래. 순서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몸에 익을 거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 아니 저 동작은 어떻게 저렇게 되는 거지?’

‘팔을 오른쪽으로 돌리는 건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손 위치는 어디지? 근데 이렇게 동작을 하면 손 위치를 잡을 타이밍이 되나? 내가 리듬을 못 따라가는 건가?’


유독 계속 틀리는 동작이 두어 개가 있는데 여지없이 오늘도 틀렸다. 저번시간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익혔다 싶었는데 그새 까먹었나 보다. 아직 감을 잡으려면 멀었다. 휴. 남들 다 팔이 바깥쪽으로 회전할 때 나만 안쪽으로 회전한다. 게다가 뭔가 다들 빠릿빠릿 방향 따라 자세를 잘 잡아가며 리듬을 타는데 나는 반의 반 박자씩 느리다.


‘이런. 누가 봐도 관심 학생인디?’


결국 오늘 또 하다가 혼자 헛웃음이 터졌다.


‘제길. 거울만 보지 말자. 거울의 나와 눈이 마주치면 현타 올 것 같아. 아, 집에 가서 유튜브 좀 찾아보고 동작 한 번 훑어봐야겠다. 이러니까 영 운동도 안 되는 것 같아.‘


안 되는 동작은 머릿속에 새겨뒀다가 집에 가서 다시 연구해 보기로 하고 열심히 따라 하다 보니 어느덧 복부운동 순서다. 오늘은 과연 끝까지 해낼 것인가. 아까 아침에 찹쌀떡 조금 주워 먹고 나왔는데 살짝 체한 것도 같아서 걱정했지만 문제없이 다 해냈다. 나의 복부가 이런 운동들에 어느덧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나 보다. 다행이다. 이거라도 잘해서.


여지없이 땀을 뚝뚝 흘리고 사바아사나까지 마무리했다.


매트를 정리하고 나가려는데 원장님이 부르신다.


“비트요가… 괜찮으세요?”

헉. 지지부진한 나의 몸뚱이에 걱정이 살짝 되신 건가.


“네네! 좋아요!”라고 대답은 했다. 좋다. 좋은 건 사실이다. 다만 내 몸과 머리가 따라주지 않을 뿐.


힝.


열심히 해야지 열심히.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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