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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y 09. 2024

아쉬탕가 선생님의 고민

Day 46


아쉬탕가 기초 시간이다. 어젯밤부터 ‘아 살짝 가기 싫은데’ 했던 마음은 오늘 아침이 되어서는 급기야 ‘하루 쉴까…’의 생각까지 번졌다. 하지만 아니 된다. 가야 한다.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끊김이 없이 갈 수 있는 날은 무조건 나갈 것!


'좋다. 가자!'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 본 요가원. 어래? 오늘은 신발장에 신발이 몇 켤레 없다. 몇 분 안 오셨나 보다. 하지만 기초반은 특이한 날을 제외하고는 다른 날들의 절반 수준도 못 미치는 회원분들이 계셨었으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유독 오늘이 적긴 했다. 나까지 네 명 정도가 매트를 펴고 널찍이 앉아있었다.


수업시작을 앞두고 선생님께서 나지막이 입을 여셨다.

"오늘은 유독 사람이 적네요. 갈수록 적어지는 것 같아요."

나를 포함한 다른 회원분들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나는 내심 ‘나라도 오길 잘했네’라며 생각했다.


‘웬만해선 열심히 빠지지 말고 와야겠다. 적극적으로 듣는 학생이 있는 걸 알아야 이 수업도 유지가 되는 거겠지?ㅠㅠ’ 따위의 제멋대로 생각을 하는데 선생님께서 "아쉬탕가가 힘드세요? 아니면 지루하세요? 아쉬탕가가 지루해서 나오길 점점 꺼려하시는 분들도 계시대서요~"라고 물어보신다.


오! 나는 당연히 전자다! 그런데 후자처럼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대답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않길래 나서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차분하게

"저는 아직 초보라 그런가 힘든 게 더 커요."라고 말씀드렸다. 정확히는 "힘들지만 재밌어요!"라는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재밌어요?" 는 질문 선택지에 없었고 나대지 말아야지 싶어 재밌다는 말은 저 밑에 삼켜버렸다.


창가 쪽에 앉으신 회원분들도 입을 여셨다. 나보다는 꽤 오래 다니신 회원분 같다.


“아쉬탕가가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동작을 반복하니 오래 다닌 분들 입장에선 몇몇은 지루하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처음 등록하시는 초보분들이 아쉬탕가 시간엔 더 많이 계신 것 같고요. 중간중간 변형된 동작들이 들어가면 재미가 조금은 더 가미되지 않을까 싶은 제 조심스러운 생각입니다.” 라며 마지막은 살짝 멋쩍은 듯 웃음을 지으셨다.


나는 겉으론 그럴 수도 있겠다 끄덕였지만 속으로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아. 아니요. 그러면 아니 되어요. 아쉬탕가는 아쉬탕가다워야 멋있다고요!! 아쉬탕가는 각 잡힌 단계별로 몸을 단련시키는 게 매력 아닌가요. 그러면서 명상에 다다라야 하는 게 최종 목적 아닌가요. 아아. 다 열심히 다녀야겠다. 여기 아쉬탕가 처돌이 있어요.’

처돌이라니… 나도 모르게 진심이 나와버렸다. 나 아쉬탕가 좋아하는구나…


“흠. 아쉬탕가는… 그걸 견뎌야 하는 건데. 네.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격하게 속으로 끄덕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니 누군가들은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1년 이상 배운 게 아니니 언제든 마음이 변할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런 반복되는 수련에 가까운 아쉬탕가 동작들이 너무 매력 있다. 그리고 전에 아쉬탕가와 빈야사에 대해 잠시 알아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쉬탕가에서 변형되어 물 흐르듯 플로우를 타는 동작들이 빈야사다. 만약 아쉬탕가에 여러 해당 없는 변형 동작들이 추가가 된다면 그건 빈야사 요가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나는 마냥 사람이 없으면 조용해서 좋다고 내심 환호했던 수업인데 선생님 입장에선 이런 고민들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살짝 요가원을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졌다. 수업을 듣는 회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해당 수업이 유지되거나 늘어날 확률이 높구나… 회원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수업들의 구성은 점점 듣는 이가 줄어들어 존속의 고민이 커질 수도 있겠구나… 어렵다. 요가 선생님들의 고민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날이었다.


‘더더욱 열심히 아쉬탕가에 나와야겠다.

동네 아는 사람들에게 요가원을 추천해야겠다. 아쉬탕가의 매력에 대해 한 번씩 전도해야겠다.’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이렇게 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요가원은 잘 유지될 테지만 나를 위한 생각이기도 하다.


내가 아쉬탕가를 자주, 오래 해보고 싶어서!


새삼 선생님의 저 물음 하나로 내 마음까지 알아버린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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