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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y 13. 2024

그래도 힘차게 해야죠!

Day 48


오늘은 회원님들이 얼마나 오셨을까? 저번 아쉬탕가 초급반에 나 포함 네 분밖에 오지 않았기에 오늘은 많이들 오셨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조심스레 요가원 문을 열었다.

내가 세 번째였다. 수업시간은 2분여를 남겨두고 있는데 더 안 오시려나 궁금해하던 와중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오늘도 역시 적은 수네요… 갈수록 적어져서 큰일이에요”

우리는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저녁반도 이렇게 적은 인원일까 궁금했지만 혹여나 이야기가 길어질까 넣어뒀다. 수업이 임박했기 때문에…

“흠… 하는 수 없죠! 그래도 힘차게 해야죠! 수업 시작합니다.”


와.

선생님의 그럼에도 낙관적인 말들에 또 감동하며 수리야나마스카라 동작에 들어갔다. 저 말 한마디 하셨을 뿐인데 아침 분위기가 갑자기 활기차 보이는 느낌이다. 역시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상황을 대하느냐가 중요한가 보다.


사실 개인적으로 요즘 상황이 마냥 좋진 않다. 낙관적으로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달까… 사람 사이 관계들도 허무하게만 느껴지고 평소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도 흥미가 떨어졌다. 허무감이나 무력감이 조금씩 조금씩 차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훌쩍 떠나고도 싶고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몇 달, 몇 년간 여행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 그런데 요가 시간은 다르다. 요가원에 들어선 순간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미지의 곳으로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 땀을 흘리고 선생님과 회원님들을 따라 호흡에 집중하며 한 동작 한 동작해나가다 보면 여행의 절정에 이른 듯한 착각도 빠지게 된다.


현실에 내가 가진 감정들이 어느 정도 감당이 될 때에 요가를 하며 풀곤 했는데, 더 이상 감당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거부하고 싶은 때에도 요가가 좋은 도피처이자 여행낙원이 되는 듯한 기분도 든다. 여러모로 값진 시간이고 공간이다.


작은 매트 위에서 다른 분들과 기류를 공유하며 혹은 혼자서 호흡에 집중하며 성의껏 꼼꼼히 동작들을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고 몸까지 후련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을 위해 요가를 하는 것도 같다.


끈적하게 천천히 호흡하며 씩씩하게.


비록 요가가 현실의 문제는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내게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수는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이렇게 하나 했고, 이렇게 무거운 것 하나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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