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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y 14. 2024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을 때, 요가 어떠세요?

Day 49


오늘 제목은 좀 심오하다.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을 때, 요가 어떠세요?’라니. 얼핏 보면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이 심하게 온 사람이 무언가 요가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조심스레 추천하는 제목으로 보일 테지.

 

내가 우울증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질이 우울질이 좀 있는 것은 맞는 것도 같다. 종종 기분이 가라앉고 평상시의 상태가 늘 파이팅이 넘친다거나 밝고 맑은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생각도 많고 겁도 많고. 헌데 기질이 그렇다 한들 쉽게 낙담하거나 무력감을 자주 느끼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나의 깊고 오랜 생각들도 잘 나아가기 위한 과정들이었고 내 나름 낙관적인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좀 이야기가 다르다. 쉽게 낙담하는 자신의 내면을 자주 발견한다. 무력함을 종종 느끼고 그로 인해 얕게 느끼던 우울감은 또 종종 슬픔이 되어 눈물을 따라 뚝뚝 떨어지곤 한다.


어제도 여지없었다. 이 증상은 한 2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까진 긍정적이라 생각하는 건 나는 열심히 요가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가와 더불어 이렇게 글도 열심히 쓰고 있으니 아직은 희망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이 짙어진 우울감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나 자신이 명백히 알고 있기 때문에 뭐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그것들은 절대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것들이 아니고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들이기에. 물론 포기하는 것도 내 노력 중에 하나이다. 아, 그렇다면 노력 여하가 아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걸린 일들이기에 아주 바닥까지 스스로를 갖다 박은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새삼스럽게도, 지금 막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감으로써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여러모로 글쓰기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요가에 관한 글을 보러 오신 분들은 아마 적잖이 실망하시리라. 동작이나 호흡법에 관한 이야기도 잘 없고 맨날 내 이야기만 주야장천 늘어놓으니. 그러나 나는 내 소개란에도 썼다.


‘나는 그냥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한다.’고

요가 또한 나를 위한 행위인 거다.


나를 위해,

더 엄밀히 말하면 살기 위한 글쓰기를 한다.


자.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와,

요가를 하면 살아있음을 느끼나요?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몇 개월의 축적된 시간들이 있다. 아직 요가 햇병아리라 뭐라 말할 위치는 아니지만 요가 5개월 차인 내 경험에 빗대면 자신 있게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 새벽까지도 질질 짰다. 자다가 스스로가 답답해서,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력하단 생각에 한심스러워 축 늘어진 빨래처럼 뚝뚝뚝 물기들을 떨구며 습하고 우울한 밤을 보냈다. 하지만, 염치없이도 잠에 들었고 다시 눈을 떠 밝아진 아침 앞에 눈곱을 떼고 세수를 하고 요가복을 갖춰 입고 요가원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제법 날이 많이 풀렸다. 늘 꽁꽁 싸매던 외투를 적당히 풀어헤치며 ‘생각 없이 요가나 열심히 하고 오자’며 요가원에 들어서니 빈야사 수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성스럽게 손끝을 모아 뻗으며 수리야나마스카라를 몇 동작하고 원장님의 플로우에 따라 한 동작 한 동작 놓치지 않고 열심히 따라 했다. 엎드렸다 일어났다 위로 뻗었다 아래로 늘어뜨렸다 하는 동작으로 인해 종종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 몸의 상태에 귀 기울였다.


‘어지러우니 조금 천천히 가자. 하지만 비틀거림은 적게 하고 싶으니 복부는 단단히 하자.’

‘이 동작에선 조금 리듬감 있게 힘을 주자.’

‘여기선 툭 떨궈 늘어뜨려보자.’


수없이 많은 스스로의 대화 끝에 최종적으로 사바아사나에 다다랐다.


힘을 풀고 누웠는데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린다.


‘쿵쿵. 쿵쿵. 쿵쿵. 쿵쿵.’


바로 곁에 누군가 누워있다면 이 소리가 그 사람 귀에까지 들릴 것 같다.

크고 우렁차게 뛰는 내 심장소리를 들으니 살아있단 걸 새삼스레 느낀다.


심장이 뛰는구나.

내 심장은 이렇게 열심히 뛰는구나.

나를 위해 오늘도 어제도 이렇게 뛰어 왔겠구나.


무력하게만 느끼던 나 자신이었는데 심장이 아직 살아있으니 뭐든 더 해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아직 이렇게 힘차게 뛰고 있다고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보라고. 아직 너를 아끼는 내 자신이 여기 함께 있다고 내가 내게 말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매트라는 세상 작은 공간에서 가장 치열하게 자신을 만나고 오는 행위가 요가가 아닌가 싶다.

진짜 요가하길 잘했다.

다녀오길 잘했다.


그러니… 속는 셈 치고 요가 한번 해보세요. 혼자도 괜찮아요. 하지만 이왕이면 선생님도 있고 땀 흘리고 호흡하는 회원님들이 있는, 나처럼 치열하게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있는 요가원에 한 번 가보세요. 못해도 괜찮아요. 망가져도 괜찮아요.


적잖이 위로를 받고 온답니다. 매일은 아니지만요. 어떤 순간에 한 번씩 값진 경험이 되어 하루를 위로받기도 한답니다.


요가가 아니라도 몸을 움직여 자신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운동을 한 번 해보세요. 그리고 심장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스스로에게 위로받는 기분이 든답니다.


그리고 슬픈 기분과 우울한 감정으로 스스로를 정의 내리지 마세요. 나는 그저 그 감정과 기분을 ’아는‘사람일 뿐이지 그것들이 나란 사람을 정의하는 전부는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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