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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y 15. 2024

드디어 50일 차! 나는 무엇이 변했나?

Day 50


오늘은 50일째 요가기록을 쓰는 날이고, 오전에 아쉬탕가를 다녀오고 씻고 앉았다. 자. 그래서 오늘은 무얼 쓸 것인가! 50일이면 절반을 했으니 ‘첫 시작과 다르게 나는 무엇이 달라졌는가!’에 대해 기록해보고자 한다.


떨리는군.


먼저, 일정 동작의 정해진 순서가 있는 아쉬탕가 동작들을 기준으로 처음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써보려 한다.


수리야나마스카라 동작을 시작할 때 팔이 예전보다 더 높이, 쭉 뻗어지고 아쉬탕가뿐만 아니라 스트레칭 시에도 그 상태에서 살짝 뒤로 뻗는 게 첫 시작보다 자연스러워졌다. 요가 초반에는 그저 손을 모아 위로 뻗는 건데도 힘들어서 팔꿈치가 점점 구부러지며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웃타나아사나시에 손바닥을 드디어 발 옆 바닥에 통째로 갖다 붙여 숙일 수 있으며 뒷다리도 제법 쫙 펼 수 있을 정도로 햄스트링이 유연해졌다. 물론 아직 아랫배가 허벅지에 딱 붙는 정도는 아니다. 허나 연습하면 언젠가는 잘 되리라 믿는다.


아쉬탕가 첫 시작 때 잘해보고 싶었던 차투랑가 단다나 아사나는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몸에 각이 잡히며 단단하고 씩씩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늘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감을 잡아가며 자주 몸에 익도록 신경 써서 하고 있는 편이다. 또한 아도무카스바나 아사나(다운독) 역시 햄스트링이 많이 유연해짐에 따라 발바닥이 바닥에 끈적하게 붙는 정도까지 해내고 있다. 물론 이 동작을 타인의 시선이 되어 판단한 적이 없으니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께서 이젠 거의 터치가 없으신 걸로 봐서는 비교적 잘 되어 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앞 허벅지 및 무릎 쪽의 근육을 써서 동작을 유지하는 건 아직은 살짝 어설픈 편이다. 이 역시 좀 더 신경 써서 해나갈 예정이다. 다만, 이 이전 동작인 차투랑가에서 우르드바 무카 스바나아사나(업독)로 넘어가는 과정이 부자연스러워 조금 고민이다. 힘이 달려서인지 아니면 요령이 없어서인지 잘 모르겠으나, 선생님의 설명처럼 해보려고 늘 머릿속으로 동작을 그리며 진행하고 있기는 하다. 이것도 언젠간 잘 되겠지.


또한 전사자세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으며 확실히 버틸 때 다리 힘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전사자세에서 팔을 바꿔가며 플로우가 길게 이어질 때는 아직 허벅다리가 너무 아픔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익숙해지면 괜찮을까? 일단은 아픈 게 당연한 거라 생각하며, 이걸 버티면 강해질 수 있다고 되뇌고 있다.


그리고… 파리브리타 파르스바코나아사나.

이건 아직 내게 너무 먼 영역이다. 겨드랑이가 허벅지에 잘 안 끼워져서 바닥으로 팔을 뻗고 반대 팔을 천장 쪽으로 뻗으면 너무너무 불안정하다. 유연성이 부족한 탓인지 근력이 부족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조금씩 더 나아질 거라 기대하면 마냥 싫지만은 않다. 조금씩 나아지며 자신도 모르게 동작들이 되는 그 경지가 은근 재미진게 요가인 것 같다.


그리고 또 얼마 전부터 우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아사나가 잘 되기 시작했다! 이제 드디어! 다리를 앞으로 쭉 뻗은 채 엄지발가락을 손에 걸 수 있으며 큰 흔들림 없이 옆으로 돌려 뻗어 버틸 수 있다. 이것 또한 어느 순간 갑자기 되었다. 물론 그 이후에 손을 풀고 다리만 앞으로 쭉 뻗어 버티는 건 많이 부족하지만 이 또한 언젠간 잘 되리라.


아르다 밧다 파트모타나사나, 시르사아사나 등 아직 초입과 숙련자 단계 사이 어딘가에서 머무르고 있는 동작들도 많다. 아직 갈 길이 정말 멀고 배울 것도 정말 많단 거다. 배울게 많다는 건 조금은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천천히 차근차근해 나가야지.


쭈욱 쓰고 돌아보니, 팔 힘이 많이 좋아졌고 복부 근력도 좋아졌고 허벅다리에도 전보다 단단해짐이 느껴지며 무엇보다도 햄스트링이 정말 많이 유연해짐을 느낀다. 이만해도 정말 많이 발전했다. 어디까지나 요가 시작 때의 내 모습과 비교이긴 하지만 나름 뿌듯하다. 일단 끝까지 늘 해내는 모습 자체가 스스로가 기특하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전혀 기대하지 않은 결과인데 신기하기도 해서 이야기해 본다. 바로, 생리통이 많이 줄었다는 거다.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1년 열두 달 중 열 달을 꼬박 생리통에 시달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를 달고 살았던 사람이다. 한 알은 기본이고, 생리기간마다 많게는 서너 알 정도까지도 복용을 해야만 하복부 통증으로부터 조금은 편안해지는 지경의 사람이었는데 이번 요가를 시작한 이후로 근 4개월 동안 생리통으로 인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약을 복용한 적이 없다. 생리통이 아주 없어진 건 아니지만 찜질팩 등으로 복부를 따뜻하게 한다면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미미한 통증으로 줄어든 거다. 이건 정말 기대하지 않은 일이었고 뜻밖의 수확이었다. 그리고 원장님께서 생리기간에 요가를 하는 게 오히려 몸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나서 심하게 양이 많은 날이 아니고서는 요가 수업에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 시기에는 다리를 거꾸로 들어 올린다던지 머리 뒤로 넘기는 동작은 하지 않는다.) 확실히 하고 나면 하기 전 보다 골반과 하복부가 유연해지고 순환이 잘 되어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훨씬 몸이 편하다.


이렇게 돌아보니 요가를 하지 않을 때보다 요가를 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더 많은 것 같다. 요가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긴 호흡으로 꾸준히 이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로부터 50일 뒤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요즘 참 개인적으로 발전 없이 정체하다 못해 후퇴하고 있다고까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쓰고 보니 아니었다! 적어도 요가에 있어서는, 내 몸에 있어서는 나는 꽤나 처음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해 나가고 있었다.


느리지만 꾸준하고 진득하게.

조금씩 조금씩.

나는 나아가고 있다.


못해도 괜찮고 못나도 괜찮아.


그냥 계속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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