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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호 May 29. 2024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Day 56

아쉬탕가 시간입니다. 오늘은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힘이 듭니다. 왜 그럴까요. 간밤에 꿈을 너무 험한 걸 꿨습니다. 무서웠어요. 혹시나 꿈이 실제로 이루어질까 봐 걱정도 되었고요.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 꿈이 이루어지건 이루어지지 않건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요. 그저 그렇게 될 일은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불안감은 무언가 걱정이 되는 게 있고 현실에서 준비가 되지 않을 때에 주로 증폭이 되곤 하는데 제가 꾼 꿈은 준비 같은 게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니 불안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세상이, 시간이, 운명이 그렇게 데려간다면 겸손해야 하는 게 맞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불안할 필요도 없으니 그저 오늘을 눈이 부시게 지내면 되는 겁니다. 지금을 사랑하고 내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또 맛있는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기분이 금세 휙 바뀌며 맑아지진 않잖아요. 우울하고 두려웠던 기분이 맑음의 스위치를 누르면 바로 딱 맑고 가뿐하게 변하지는 않을 겁니다. 애초에 우리에겐 스위치란 게 없기도 하고요. 서서히 스스로를 맑게 풀어주기 위해 요가를 갑니다. 

간밤에 엉긴 마음들을 아쉬탕가를 하며 솔솔 풀어 저 멀리 날아가게 두고, 잠을 설치느라 뻐근해진 온몸을 땀을 흘리며 풀어주러 가야겠어요.


하지만 오늘은 왜인지 모르게 구석에서 고요히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일찍 나서야 해요. 뒷자리 구석부터 자리가 꽉 차거든요. 평소보다 5분 일찍 집을 나섭니다. 다행히 입구와 가까운 구석에 자리가 남아있습니다. 매트를 펴고 가만히 앉아 살살 몸을 푸는데 하품이 하염없이 나옵니다. 역시 피곤한 겁니다.


‘아. 오늘은 하다가 금방 힘이 풀릴 지도…’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못하면 못하는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하면 됩니다.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다만 오늘은… 힘들지만 정성껏 몸을 꾹꾹 누르고 어설프지만 호흡을 담아 마음속 엉긴 것들을 풀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조금 더 신경 써서 정성스레 동작들에 임해봅니다.


머리서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동작들을 꼼꼼히 하려 노력했습니다. 물론 삐그덕 대고 덜컹거리는 동작들은 아직 존재하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성스럽게, 호흡을 담아.


사바아사나-


모든 동작을 끝을 내고 팔다리에 힘을 풀고 누웠습니다.

잠이 옵니다. 사바아사나 때 살짝 잠이 드시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오늘 처음으로 잠이 들 뻔했습니다. 새벽 내내 고단하긴 했나 봅니다. 잠드는 것만큼이나 기분 좋게 내려놓고 몸에게 휴식을 주었어요.


옆으로 몸을 굴리고 차분히 일어나 두 손을 가슴 앞에 합장합니다.


“나마스떼”

“감사합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3월의 봄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했습니다. 팝콘처럼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 같은 모습들을 보면 에너지가 충만해짐을 느낍니다. 오늘은 햇살도 좋고 공기도 좋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비교적 마음이 안정되었고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하루도 성실하게, 눈이 부시게, 사랑하며.

그렇게 살기를!



요가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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