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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호 Jun 14. 2024

요가매트를 장만하다

Day 63


드디어! 드디어 나도 내 개인 요가매트를 장만했다. 헤헤. 여태껏 요가원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요가매트를 썼었는데 언젠간 바꾸자 바꾸자 말로만 했던 거를 하타요가를 본격적으로 접해보면서 행동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이유는! 하타요가 시에 얼굴을 매트 가까이 가져다 두는 동작이 많은데 이마나 턱을 매트에 갖다 대려니 살짝 찝찝했던 것… 아. 살짝씩 몸만 움직여대는 동작이면 모르겠는데 얼굴을 직접적으로 갖다 대려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 더 숙일 수 있는 동작인데도 매트에 이마나 턱이 닿기 싫어 나도 모르게 살짝 띄워 간격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냄새가 난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다른 이들의 땀냄새, 체취, 발… 냄새까지… 거기다 더해 여럿이 오랜 기간 사용하다 보니 매트가 닳아서 많이 미끄러웠다. 초보때는 별로 개의치 않았는데 동작에 조금씩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흐름에도 방해가 되는 것 같고 넘어질까 신경 쓰이더라.

다운독을 할 때에 손이 미끌리지를 않나, 전사자세를 할 때에 발이 미끌리질 않나. 위태위태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아. 안 되겠다. 개인 매트를 사자!’


검색에 들어갔다. 요가매트도 종류가 왜 이렇게 많은지 피로감이 몰려왔다. 아. 나는 이래서 쇼핑이 싫다. 방대한 종류 중에서 디자인, 가격, 활용도 등등을 고려하다 보니 고민은 끝도 없이 길어지고… 결국 요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쓰는 브랜드의 요가매트를 사기로 결정했다. 허나 여기서 고민은 끝이 아니다. 이제 두께와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 더불어 스트랩이나 가방은 필요가 없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아아. 끝이 없는 고민. 나는 이런 곳에 시간을 쓰는 걸 좀 못 견뎌한다. 내심 버리는 시간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이 기억은 리셋이 되어 언젠가 또 똑같은 고민으로 시간을 한 번 더 써야 한다. 좋아. 고민해! 고민하고 얼른 결정해!! 너에게 하루의 기한을 주겠다.

결국 자신의 취향에 맞는 요가매트를 고르고, 스트랩까지 샀다. 때마침 봄 할인가로 팔고 있더라.


사실 가장 사고 싶었던 브랜드가 두 개 있었다. 요가하는 사람들은 다 알법한 그 유명한 해외 브랜드 두 군데. 그러나 뭔가… 내가 지금 요가에 쏟는 열정이 글쓰기에 기인한 게 20프로 정도 된다면 글쓰기가 끝나고서 20프로의 열정이 사라 진 뒤 내가 이 요가를 계속할지 안 할지 스스로도 못 믿겠어서 처음부터 무턱대고 비싼 걸 지르기가 망설여졌다. 게다가 이제 겨우 6개월 차인데 20만 원 가까이하는 비싼 요가매트를 굳이 사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뭔가… 요가가 아니라 매트가 주가 되는 기분도 들었. 그렇다면 스스로가 이 요가 매트를 쓸만한 적정 수준이 되었다고 판단될 때 사보자는 다짐을 했다.


어차피 요가매트도 적정 사용기한이 있다고 하니까, 실컷 쓰다가 슬슬 닳기 시작할 때쯤 제일 좋은 요가매트로 바꿔봐야지.


근데… 그런 날이 과연 올까?


하하하하하


나도 나를 모르겠다.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얽매이고 싶지 않다. 일단 내 마음에 드는 두께, 색상, 무게, 인지도, 미끄럼 등등에 관한 사항을 고려하여 구매를 했고. 구매를 한 이상 이 녀석과 서로 닳고 닳을 때까지 정 붙이면 열심히 해보는 거다. 넘어지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자동차로 치면 첫 소형차나 중고차 정도가 되겠지? 함께 우왕좌왕 허겁지겁 대며 정을 쌓고 커가는 거다. 녀석은 점점 나이가 들고 값어치도 떨어지겠지만 녀석의 희생 덕분에 나는 성장을 하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두근거렸다.


그래 여태 도로주행연습을 했단 거라면 이젠 초보운전이다!


잘 부탁해 나의 새로운 요가 친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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