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지 3일째, 우리 가족을 위한 글쓰기
2017년 5월 30일 재주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태어난지 3일 밖에 안됐지만 서둘러 노트북을 열게 된다.
아빠가 되는 건 참 묘한 경험이다.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이 180도 바뀌는 생경한 경험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위대한 순간을 바라보던 그 순간만큼은 다르게 다가왔다.
이 아이는 '새롭고도 고유한' 존재라는 생각 뿐이 들지 않았다. '세상에 하나 뿐인' 이라는 단어가 참 와닿았다. 그리고 나와 아내의 결실로 탄생했지만, 우리의 의도는 반영될 수도, 고려될 수도 없는 것도 신기했다. 엄마의 양분을 어떻게 흡수하여 요만큼이나 스스로 성장하여 태어났는지 생명이란 정말로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오늘까지 하루하루 달라지는 얼굴을 보는 것도 즐겁다. 어제 그제는 라디오스타 10주년에 해피투게더 500회를 하는 날이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TV를 틀어두었지만, 아내랑 나는 아까 찍은 재주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느라 TV는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 재주의 고모와 이모 모두 카톡방에서 난리다. 사진 한 장 올리면 '또 올려줘' 반사적으로 답한다. 이제 부모의 마음을 조금 알 듯한데, 할비할미의 마음은 언제 알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첫 조카를 보게 된 처제와 내 여동생은 사랑을 숨기질 못한다. 정말 이럴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다들 푹 빠졌다. 재주를 둘러싼 가족의 풍경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재주가 뱃속에 있을 때 아내와 가까운 곳들을 많이 다녔다. 대단한 여행은 아니더라도 한 두시간 운전하여 맛난 것 챙겨먹고 돌아왔다. 그 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집에만 있었다면 말하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많았다. 부모와 태어날 아이의 미래가 주된 이야깃거리였다. 임신 초기에는 '건강하기만 해다오' 하는 바람들이 20주가 넘고 30주가 넘어가자 교육, 환경, 방향 등 여러가지가 어우러지게 됐다. 돌아올 땐 양육은 지식으로 하는 것인지 마음으로 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둘 다 필요하겠지만.
이 곳에 글을 남기며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도 하고, 우리의 하루하루를 관찰도 하고, 남편과 아빠로서 생겨나는 마음도 담을 참이다. 차근차근 공부해보려고 퍼블리에서 (몇 달 전에) '교육의 미래, 미래의 교육' 편도 구매한 것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좋은 아빠가 되려는 노력이 부모의 욕심으로 번지지 않게 돌이켜보는 것은 잊지 말아야지 마음먹는다.
내일은 재주의 이름을 받으러 가려한다. '재주'는 나와 아내가 공유하는 글자인 '재'에 '주니어'를 합친 태명이었다. 이제 엄마와 아빠 마음에 쏙 드는 이름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