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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 Dec 13. 2018

5. 멕시코인들의 생일 파티의 가다

멕시코 사람들은 돈 벌어서 전부 노는 데 써?

  멕시코인들은 파티의 민족이다. 이곳의 파티는 365일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오늘은 생일파티, 내일은 친구 엄마의 생일파티, 그다음은 친구 동생 생일 파티 등등. 내 얘기를 들은 한 친구가 '야 멕시코 사람들은 돈 벌어서 죄다 노는데 쓰냐?'라고 물었다. 글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한 멕시칸 엄마는 아이 생일 파티 데코를 직접 했다.

 멕시코는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하다. 만약 내가 A와 친한 사이라면, A의 엄마, 언니, 동생, 심지어는 할머니의 생일 파티에까지 초대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멕시코에 친한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적어도 한 친구에게만 일 년의 몇 번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을 수 있을 거다. 나는 사촌 친구의 생일파티에 주로 따라갔다. 우리 이모는 내가 스페인어를 듣고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데려간다. 가족 중심의 문화특성 때문인가? 사촌누나인 내가 파티에 따라온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이제 고등학생이 된 첫째 동생은 가족들 없이 친구들끼리만 밤에 따로 모여 파티를 한다. 내가 따라가는 곳은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 동생네 파티였다. 아직 어린 동생의 파티에는 이모가 당연 따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의 파티에는 대부분 엄마들이 동행한다. 엄마들끼리 친구여서이기도 했지만, 따라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다. 실제로 이 동네에 한 초등학교에서 전학생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다 아이들이 납치당한 경우가 있었다 한다. 반년 정도 알고 지낸 사이였고, 엄마들은 믿고 아이들을 약속 장소에 보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대로 납치되었고, 몸값을 지불해야만 했다고 들었다.

 잘 지내고 있다가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오싹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듣고도 믿기지 않는 이어기 들이라 오히려 현실성 없게 다가왔다. 이모부는 그런 내가 걱정되는지, 늘 조심할 것을 상기시킨다. 사람들이 좋은 것과 치안은 별개다. 아무나 함부로 믿지 마라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이곳의 생일파티의 마지막 순서 케이크 커팅.

 아이의 생일 파티는 그 가족들에게 있어 큰 행사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쓰이는 돈 역시 상당하다. 아이들의 파티에는 준비해야 할 것이 특히 많아 보였다. 주인공인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의 코스튬도 맞춰주고,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의 pinata(나무에 걸어 놓고 때리는 종이 인형), 가수나 엔터테이너를 초청하거나, 장소 대관, 파티 음식 준비, 그리고 놀러 온 아이들에게 줄 기념품 준비까지 등등...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가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어쨌든 한번 할 때마다 상당한 돈이 쓰는 것은 확실했다.

 특히 여자아이들의 15살 생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한다. 아마 아이 인생에서 결혼식 다음으로 중요한 행사 중 하나 일거란다. 딸에게 좋은 기념일을 만들어주고 싶은 부모들은 원하는 장소를 대관하기 위해서 심지어 2년 전부터 미리 예약을 한다.

단지 내부에 있는 수영장
한번 파티에 가면 해가 질때까지, 보통 5시간을 넘기는 것은 기본이다.

 내가 있는 이곳 도시는 웬만한 단지마다 조그만 수영장이 하나씩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지만, 요즘 들어 다들 하나씩 만드는 추세란다. 이 수영장에서 주민들은 낮에는 수영하며 놀고, 밤에는 주로 파티를 위해 대관하곤 한다. 생일파티를 위해 레스토랑 같은 장소 대관이 부담스러운 경우,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지 내 수영장을 주로 대관한단다. 이곳에서 생일파티가 열린다면 아이들은 하루 종일 수영을 하면서 놀 수 있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파티 음식을 즐기면 된다.

생일 파티 음식으로 나온 과카몰레
생일파티 음식으로 나온 타코

 나는 이곳에서 나보다 한살이 많은 멕시칸 친구 브렌다를 사귀었다. 언니는 작년에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었다. 그래서인지, 타지에서 생활하는 나를 염려해, 늘 여러 사람들을 소개해주려 했고, 이곳저곳 데리고 다녀주었다. 얼마 전에는 언니 어머니의 생일파티에도 초대를 받았다. 파티는 언니네 집 정원에서 열렸는데, 그렇다 해서 그 규모가 결코 작지만은 않았다. 행사용 천막 아래의 간의 테이블과 의자가 대략 30석가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파티를 위해 주인공이 바쁘게 돌아다닌 필요도 없다. 이날 파티를 위해 도우미가 4명 정도 고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파티의 손님은 주로 언니의 가족들이었다. 우리나라의 명절에 온 가족들이 다 모이듯이,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생일은 온 친척들이 모이는 장이 된다. 나는 언니의 이모 가족과 함께 앉아서 밥을 먹었다.

 이 날 파티의 메뉴는 과카몰레와, 각종 바비큐를 속에 넣는 타코였다. 식사하던 그릇과 술을 치우고, 케이크와 커피를 가져온다면, 이제 파티가 거의 끝나간다는 신호다. 한국에서는 보통 파티를 시작할 때 케이크에 촛불을 켠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워낙 제각각인 시간에 도착해서 일까?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것이 파티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래도 우리 또래 학생들의 생일파티가 그나마 간소한 것 같았다. 파티 음식도 따로 준비할 필요 없다. 그저 자기 집으로 손님을 전부 초대하고, 큰소리로 노래를 틀고 술만 여럿 준비하면 된다. 함께 모여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노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생일파티에 굳이 생일선물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것은 내가 어떤 파티에 초대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초등학생인 동생이 가는 파티에는 꼬박꼬박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브렌다 언니의 어머니 생신에도 다들 선물을 준비해 왔었다. 바쁜 엄마들의 생일, 그러니까 이모의 친구들은 굳이 생일 파티를 하진 않는 것 같다. 보통 만나서 함께 desayuno(아침식사) 하는 것이 전부였다. 대신 그날 생일인 친구의 밥값은 친구들이 계산해준다.

 그리고 브렌다 언니 친구의 생일파티에는 선물이 필요 없었다. 그 사실을 몰랐던 나는 당연히 사가야 한다 생각해서 케이크를 사 갔었다. 그날 파티에는 대략 40명가량의 친구들이 모였었는데, 생일 선물을 사 온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나를 빼고 아무도 선물을 준비해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오히려 내가 뻘쭘해 하자 생일 주인공이 나에게 다가와 허그를 했다. '고마워 감동이야. 네가 유일하게 선물을 사다 줬어.' 술에 취한 건지, 정말 고마웠는지, 그는 파티 도중에 마주칠 때마다 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었다. 나중에 언니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전부 학생이고 돈이 없는 것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들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라 했다. 생일파티에 선물을 굳이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충격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곳에서 일주일 용돈 500페소(약 30,000원)로 생활하는 나에게는 오히려 희소식이기도 했다.


 또 얼마 전엔 아침마다 같이 산책을 하는 마르셀라 아주머니의 딸내미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아주머니는 초대를 하면서, 나에게 한국의 생일파티 문화가 궁금하다고 물어봤다. 나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이곳 파티와는 달리, 보통은 친한 친구 몇 명과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이 다라고 했다. 친구 몇 명이라고 하자 아주머니가 물었다. '10명? 20명 정도야?' 당황한 나는 '아니요, 저는 한 서너 명 정도가 전부예요'라고 답했다. 그 말에 놀란 아주머니가 말했다. 이곳의 생일파티는 일종의 축제라, 내 친구들부터 시작해, 그 친구들이 데려오는 다른 친구들까지 모이면 적어도 20명은 보통으로 넘는다 했다.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춤추고 논다며, 나에게도 친구들과 춤을 추고 노냐 물었다. 물론 노래를 틀고 춤을 추며 노는 친구들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나와 내 친구들은 아니었다.

 또 이곳에서는 홈파티가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밖에서 모여서 노는 경우가 더 흔하다 했다. 아마 이곳은 밤이 되면 위험하기 때문에 각자에 집에서 모여서 노는 문화가 발달한 것 같았다. 그리고 한국은 가족중심 문화가 이곳에 비하면 덜해, 같은 가족이라 해도 각자의 친구들과 놀기 때문에 집보다는 나가서 노는 것이 더 흔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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