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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인 이세린 Oct 12. 2021

프롤로그_당구를 칩시다

제 다마 수는 50 입니다





삼구 사구 당구의 당 자도 모르는 내가 어쩌다 당구장 지킴이가 되었습니다.

당구 입문서 아닙니다. 기대하신 150은 나가주세요. 그냥 우리네 사는 이야기인걸요.


어이, 거기 야간에 선입 선출하는 편의점 알바생

피 땀 기름 절절 흐르는 고깃집 알바생

오늘도 진상과 맞서 싸우는 치킨집 알바생

이유는 없지만 그냥 내일도 출근하기 싫은 회사미생


한숨 그만 쉬고 와서 같이 당구 한 게임 쳐요. 못 쳐도 돼요 걱정 말아요. 이건 비밀인데, 우리 사장님도 겁나 못쳐요. 그냥 저 빨간다마가 우리 점장 부장 거래처 진상 얼굴이다 생각하고, 타악! 치다 보면 물론 실력은 늘지 않겠지만 스트레스는 풀릴걸요.


아 근데 진 사람 짜장면 내기에요. 막 볶은 간짜장으로다가. 돈 벌어 뭐해 짜장면이나 사 먹지.






   당구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자며, ‘공 헤는 밤’이라는 꽤 그럴싸한 제목을 붙여놓고 게으름을 피운 지 딱 1년. 더 늦기 전에 짤막한 메모에 지나지 않았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 대부분 아재거나 할재거나, 꼰대 혹은 덜 꼰대들의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도, 웃지 못할 아재들의 농담도, 국적도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떠나, 외로운 존재들을 향한 나의 따뜻한 시선이 손 끝을 통해서 전해지길 바라며. 어쩌면 그들의 삶에 담겨있을지도 모르는 내 삶을 슬쩍 투영해본다.




*매주 N요일 연재(하려고 노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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