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집은 무허가 컨테이너

by 이림과

1. 내 집은 무허가 컨테이너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내가 살았던 최초의 집은 7~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옛날 집이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님>이나 <전원일기> 속 세트장처럼, ㅁ자 구조로 된 집 가운데는 시멘트가 발린 마당이 있었고 부엌에는 여전히 아궁이가 있었다. 마당 한 편에는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가 있었는데 찬물밖에 나오지 않아, 목욕할 때면 아궁이에서 물을 끓여 찬물과 섞어 썼던 기억이 있다. 그런 마당을 둘러서는 방들이 있었는데, 나는 작은언니와 같이 방을 썼던 것 같다. 집 안에 화장실은 따로 없었고, 밖으로 나가 2~3분 정도 걸으면 재래식 화장실이 나왔다. 냄새가 정말 고약했을 뿐 아니라, 항상 똥통에 빠지진 않을까 긴장하며 볼일을 봤다.

드라마 세트장 같은 집에서 살 적에 부모님은 비닐하우스로 된 도소매 화원이 줄지어 있던 곳의 가장 끝 가게에서 식물을 팔았었다. 제대로 된 건축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했고, 내가 기억하기로 우리 가게는 세 번 정도 불이 났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집보다 화원에서 주로 생활했기 때문에 어렸을 때 사진이나 추억이 될 만한 물건들이 모두 타버린 건 지금에 와서는 조금 아쉽긴 하다. 화재 때문인지, 아니면 가게 안에 집을 지어야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직장생활을 시작한 언니들의 도움 덕분인지는 몰라도 아빠는 새 비닐하우스를 짓기로 했다. 당연히 인부를 부를 형편이 못 되었으므로, 여기저기서 어깨너머로 배운 토목 기술들로 혼자서 지었다. 안에 집으로 쓸 컨테이너도 들여놔야 했으니, 혼자 세 동이나 되는 하우스를 참 열심히, 그리고 처절하게도 지었다. 그 과정에서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한 번은 천장에 지지해 둔 파이프가 머리로 떨어져 두피가 찢어지기도 했는데, 집에서 응급처치만 하고 다시 비닐하우스를 지으러 갔다. 그렇게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완성된 하우스의 뒷부분이 내가 살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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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무허가 주택이었기 때문에, 절대 들키면 안 됐다. 컨테이너가 있는 꼬리 부분은 사람들이 화원의 끝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완벽하게 마감처리를 했다. 그것도 모자라 앞에는 울타리를 치고 도사견을 키워, 식물을 사러 온 사람들이 뒤쪽으로는 올 엄두도 내지 못하게 했다. 쓸데없는 것에 겁이 많은 나는 잡아먹을 듯 짖으며 사납게 구는 도사견보다, 좁고 어두웠던 집으로 가는 길이 더 무서웠다.

그럼에도 어렸던 나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집이 생긴 데다, 화장실도 안에 있었으며, 사시사철 따뜻하다 못해 뜨겁던 그 집이 좋았다. 태어나서 처음 친구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했던 그때, 친한 친구들과 내 처지를 비교하지 않았던 그때까지는. 또래보다 비교적 빨리 찾아왔던 사춘기는 순식간에 내 홈스위트홈을 친구들에게도 감춰야만 하는 무허가 컨테이너로 탈바꿈시켰다. 집은 학교에선 잊을 수 있던 타인과의 격차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곳,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곳,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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