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호 봉 재 획 정
바야흐로 정근수당의 시기가 왔다. 매년 1월과 7월에 정근수당이 나오는데, 발령받고 1년이 지나야 만 쥐꼬리 같은 월급의 한 줄기 단비 같은 축복을 받을 수 있다. 일은 슬슬 손에 익어가고, 곧 정근수당 작업이 다가오니, 불현듯 딴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이번에 받고 싶다.’
나는 9월에 발령받았기 때문에, 정근수당을 받으려면 후년 1월까지 기다려야 했다. 1년 하고도 4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어쩔 수 없는데도 자꾸만 4개월이 손해 보는 것만 같았다. 근데 잠깐만,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무슨무슨 법으로 어떠어떠한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런 의심이 들자마자 공무원 보수 및 복무 관련 매뉴얼을 들여다봤다.
내 경우에 호봉을 올릴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었는데, 바로 과거의 경력 인정이었다. 별의별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중구난방으로 떠올랐고, 마침 그중에 대학교 계약직 교직원으로 일했던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 비록 공무원은 아니었지만, 같은 교육기관이니 경력 인정이 100% 될 것 같은데? 2개월 이상 근무했으니, 7월 1일 자로 정근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근무했던 곳에 경력 증명서를 요구하고, 호봉 재획정 신청서도 작성하고, 바쁘신 실장님도 은근히 압박해서 결국 6월 7일 지원청으로 공문을 보냈다. 언제쯤 경력합산 공문이 올까 매일 공문함을 들락거리며 기다리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때는 6월 30일, 정근수당을 받기 하루 전날이었다.
“주무관님, 어떡하죠? 대학교는 경력이 70%밖에 인정이 안 된대요. 9일이 부족한데…. 다른 경력 더 없어요?”
눈에 불을 켜고 과거의 행적을 뒤쫓았다. 건강보험득실확인서도 이 잡듯 뒤져봤지만, 죄다 꽝이었다. 결국 4개월 손해 볼 걸, 5개월 21일을 손해 보는 것으로 내 처음이자 마지막 호봉획정은 끝이 났다. 아예 소득이 없던 건 아니었다. 매년 9월마다 호봉이 오를 뻔했는데, 8월로 바뀌면서 무려 한 달이나 빨리 삼만 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하하.
좋아하는 예능인 <지구오락실>에서 미미가 한 말이 있다.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과거에 성실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그 경험들이 다 현재에 도움 된다는 말이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과거엔 꽤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 말이 진실이길 바란다. 덕분에 삼만 원 일찍 벌기도 했고.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학교에서 조금 더 버틸 걸 그랬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 특히, 과거의 일에 연연하지 말자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1년 하고도 5개월이 지나서 받은 꽤나 짭짤한 정근수당을 들여다보며 성실을 하다 말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