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쉐친구들 Feb 28. 2020

집밥 아니고 집빵?! 서스테인_2

[마르쉐 영국연수기_4]

*2019년 8월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여러 단체들이 입주해있는 형태였다. 회의실에는 Sustainable Fish cities를 주도해온 루스 Ruth Westcott가 서스테인에서 발간한 자료들을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London Food Link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라Sarah Davenport도 합류했다. 


우리가 서스테인의 활동을 보며 가장 놀랐던것은, 30여개 가까운 다양한 활동들을 100여개 단체들이 함께 만들고 있다는 거였다. 그것을 중심에서 조율하고 운영하려면 굉장히 바쁠텐데, 이야기를 나누고자 세명이나 시간을 내준 이들의 배려에 고마웠다.  


서스테인은 로컬푸드를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Capital growth’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전개해 왔으며 2012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먹거리 지속가능성 이슈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키는 캠페인을 통해 더욱 의미 있는 곳이 되었다. 공익 재단 Esmée Fairbairn Foundation과 복권 기금(The National Lottery) 등의 후원을 받아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는데, 그중 농업·먹거리 관련 캠페인은 정치적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립된 기금을 조성하여 운영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멤버들은 먼저 각자 담당하고 있는 사업들과 더불어 먹거리 관련 사업들을 소개해주었다. 사이먼이 담당하는 Food Power는 먹거리 불평등, 빈곤 이슈 등의 문제에 대해 활동하고 있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건강한 먹거리에 접근하기 어려운 영국 전역의 저소득층 대상 먹거리 바우처(Healthy Start Voucher)를 발행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임산부나 1~4세 미취학 아동의 양육자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데, 이 바우처는 유기농 파머스마켓 Growing Communities Market에서도 쓸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고 일하여 건강한 먹거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생활 임금 캠페인을 함께 펼치고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단지 건강한 먹거리 제공이 아닌, 그러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루스가 담당하는 Sustainable Fish cities 는 런던이 지속가능한 어업으로 생산된 건강한 해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발맞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며, 올림픽 만찬과 스폰서 케이터링에 지속가능한 해산물을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이를 지역 관공서 구내식당으로도 확장시켰고, 많은 기업과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들은 작은 주체들도 구체적인 역할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장려하는 한편, 매년 어업 관련 회사들의 지속가능성 분야 실천 순위를 매겨 공개함으로써 사회 경각심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기업의 변화를 요구하게 하는것이 이들의 효과적인 켐페인 방법이다.  

사라가 담당하는 London Food Link는 런던 내 먹거리 생산자, 요리사, 교육자, 소비자 등 먹거리 분야의 여러 개인과 단체들을 연결하는 회원제 네트워킹 조직이다. 지속가능한 식당 협회(Sustainable Restaurant Association)를 설립하는데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이들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런던의 자치구들이 먹거리 분야 예산을 지속가능성 기준에 맞추어 운영하고 있는지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실질적인 예산 운영에도 많은 자극을 주고 있다. 또 하나 주요사업으로 런던 시와 협업하여 Urban Food Awards(도시 먹거리 시상 제도)를 통해 먹거리 분야에서 건강하고 윤리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개인, 단체, 사업체를 시상한다. 이들이 10년째 연 2~3회 발행해오고 있는 잡지 Jellied Eel은 소비자 대상 먹거리 콘텐츠를 담는 잡지로, 지속가능성을 위한 캠페인 관련 광고만 실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잡지는 이후 연수 내내 먹거리 관련 런던의 주요 공간들에서도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승전결 ‘시장’인 시장꾼들이라, 서스테인이 보기에 런던 먹거리 구조에서 파머스마켓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물어보았다. 사라는 파머스마켓을 농부와 소비자가 서로 소통하는 사회적공간으로 보고, 제로웨이스트 등 다양한 캠페인이 일어나고 경제적 효과도 창출되는 장으로 보았다. 


영국도 외식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1차 농산물이나 장보기, 요리하기를 낯설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 요리에 대해 가치를 못느껴서, 돈이 없어서 등등 다양할 텐데, 더 많이 일하느라 개인 시간이 더 적고 그만큼 그 시간을 요리에 투자하기 쉽지 않은 것도 큰 이유이기 때문에 서스테인은 위에서 언급했던 생활임금 캠페인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고한다. 


관련해서 농부의 생산물을 재료로 요리한 다양한 음식들을 선보이고, 관련된 요리 워크숍 등을 통해 소비자가 장보고 요리하는 즐거움을 되찾고, 먹거리 생산과정에 관심 갖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것 역시 파머스마켓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라고 보았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바를 사라의 입을 통해 들으니 반가웠다. 

이야기 도중 잠깐 언급된 것이긴 하지만, 이들의 리얼브레드 캠페인도 흥미로웠다. 이 활동은 정체불명의 재료로 만들어져 기한도 없이 유통되는 빵이 아닌, 가공보조제나 인공 첨가물없이 천연발효로 만드는 신선한 통밀빵을 작은 독립 빵집이든 개인의 집이든 지역 안에서 만들고 먹도록 응원하고 있다. 그것이 개인과 그 지역 공동체 그리고 지구에게도 이로운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름 서스테인Sustain 아래 적힌 한줄,  “The alliance for better food and farming”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속가능성이란 더 나은 음식과 농업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결국 우리가 먹는 것은 단지 그 음식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 그리고 그 음식을 둘러싼 사회와 환경을 모두 바꾼다. 이는 모든 먹거리 문제의 핵심이 아닐까? 매일 먹는 빵을 바꾼다. 거기에서 지속가능한 삶이 시작된다. 역시 집밥, 그리고 집빵이 중요하다. 

sustainweb.org에 있는 스탭 소개 페이지. 멋있다!

헤어지기 전, 단체사진을 찍자 하니 위의 테라스 풍경이 좋다고 해서 다같이 위로 올라갔다. 테라스 옆에는 서스테인의 사무실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홈페이지로 보던 얼굴들이 그곳에 있었다. 왜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반사적으로 마치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보러온 소녀들처럼 꺄아꺄아 웃고 손을 흔들고 발을 동동 거렸는데, 사무실의 사람들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좋은 영향력을 강력하게 뿜어내는 친절한 사람들, 역시 먹거리 시민활동계의 인싸, 서스테인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먹거리 시민활동계의 인싸, 서스테인_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