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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쉐친구들 Feb 14. 2020

먹거리 시민활동계의 인싸, 서스테인_1

[마르쉐 영국연수기_3]

*2019년 8월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밤 9시, 인적이 드문 런던 소호 거리를 걸어 킬른KILN을 찾았다. 1층 입구로 들어서니 조리대 위의 다양한 화로들 앞 바테이블에는 손님들이 빽빽했다. 지하로 내려가 예약석에 앉아 더듬더듬 주문을 하고 나서야 그녀가 나타났다! 이 모든 일의 시작, 송수가 주방일을 막 마치고 씩씩하게 들어서자, 우리는 모두 환호하며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는 안부를 나누기도 전에 우리가 시켰던 주문을 정정해서 레스토랑의 중요 메뉴들을 다 맛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요리사의 진두지휘 아래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마음이 스르륵 풀어졌다.  


태국, 버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요리에서 영향을 받은 킬른의 요리들은 일행의 취향 저격이었다. 런던에서 동남아의 진한 스파이스 맛을 보게되다니! 퓨전이 아닌, 강렬한 정통 동남아의 맛이어서 모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걸 런던 사람들이 먹는다고? 막연히 피쉬앤칩스만 떠올렸던 런던 먹거리의 현주소랄까, 다인종 다문화 도시 런던의 면모를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무심한듯 쿨한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나 집기들처럼 메뉴에도 별다른 설명없이 재료를 어떤 농부에게 받는지만 간단히 쓰여있었다. 그러나 이곳이 동남아 요리를 하는 이유가 분명 구구절절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보러온 것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연수 후반에 농장들 이야기와 함께 하려 하니 개봉박두! 이제 진짜 시작이다.


연수 계획을 짜며 농장,레스토랑의 스케줄은 송수가 영국에서 준비하고 있었으니 그외에 우리가 만나고픈 곳들을 별도로 검색하여 추렸다. 꽤 여러번 들여다 봤던 홈페이지 중엔 서스테인Sustain이 있었다. 다양한 프로젝트 소개와 그에 연결된 자료들 그리고 그걸 담당하는 담당자 소개까지, 사진 때깔도 좋아 일단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국 사회 풀뿌리 시민운동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1999년에 시작한 먹거리 시민운동 네트워크인 서스테인은 농업·먹거리 정책 및 인류와 동물의 복지를 개선하고, 일과 생활환경을 개선하며, 사회와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100여 개 가까운 NGO 조직의 연합체이다.

 

앞서 말한대로 런던은 1996년 광우병위기를 겪으며 먹거리 안전에 대한 이슈가 사회 전반적으로 커진 도시다. 런던시의 정권 교체가 여러번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먹거리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는 계속 이어져 2019년에는 런던 푸드플랜 비전이 선언되었다. 이는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시민사회가 건재하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서스테인은 런던 푸드플랜의 핵심적 논의기구인 런던푸드위원회의 일원으로 푸드플랜 수립에 직접 조언하고, 그간 꾸준히 이어온  농업·먹거리 관련 캠페인을 런던 푸드플랜의 실천 전략으로 확장하여  ‘먹거리보장’, ‘환경’,’건강’ 등의 영역에서 주요한 변화를 이끌어왔다. 


서스테인의 주장과 활동은 서스테인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정책이 되고,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에 스며들어 동네 시장, 식품점, 공동체텃밭, 공유주방 등에서 정책이 시민들의 삶으로 연결된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고민하는 100여 개의 단체와 개인 등 다양한 현장의 활동주체들은 2011년부터 ‘런던푸드링크’로 연결되어 풀뿌리 현장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왔다. 소액의 연회비를 내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주체들을 대상으로 런던푸드링크는 대안적인 먹거리 접근에 유용한 온라인 지도를 제공하고 런던 푸드플랜의 방향과 구체적 실천과제를 공유하는 느슨하면서도 효과적인 네트워크 활동을 전개한다.


후에 얘기하게 될, 런던의 여러 파머스마켓을 운영하는 LFM의 대표는 런던마켓보드의 멤버로 도시의 먹거리 거버넌스에 연결되어 있고, LFM 회사는 런던푸드링크의 멤버로 먹거리 관련 다양한 공익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런던의 파머스마켓들은 런던푸드링크의 공식 매거진 ‘JELLIED EEL’의 배포처이며 서스테인이 제안하는 Real Bread 캠페인이나 Sustainable Fish Cities 캠페인의 실천 현장이 된다. 


좋은 먹거리 환경을 위한 각 단체와 기업 그리고 정부의 노력을 연결하여 삶으로 스며들게 하는 활동의 중심에 있는 핵인싸, 서스테인을 만나보고 싶었다. 다행히, 푸드파워Food Power 담당이자,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사이먼 쇼 Simon Shaw와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점심 식사를 제안했더니 사이먼은 도시농장인 해크니시티팜Hackney City Farm 안에 있는 카페 frizzantecafe 에서 만나자고 했다. 덕분에 이번 런던행에서 보고싶었으나 일정상 제외할 수밖에 없었던, 런던의 도시농장도 볼 수 있었다. 한적한 주택가를 걸어가다가 철문을 지나 농장으로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벽돌 건물 사이로 갑자기 나타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소박하고 정감가는 기념품샵과 공방, 까페, 수리샵 등의 건물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닭과 오리가 뛰어다니고, 말과 양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시민들도 유유자적 농촌의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햇볕 따스한 오후 식물성 내음새가 물씬 풍기는 친절한 사이먼과 함께 농장을 둘러보고 있자니 차원 이동을 해온 듯 어리둥절했다. 이곳에서만 하루를 다 보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공간이었으나 잠시 둘러보고 식사를 한 뒤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서스테인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그 유명한 서스테인의 사무실이라니! 발걸음도 가벼웁게 룰루랄라~


* 본 연수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한살림의 지원을 일부 받았습니다. 각 사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홈페이지 올려진 본 연수 보고서 [먹거리 선순환체계 및 협동경제 구축방안 개발 연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글: 마르쉐친구들 쏭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를 운영합니다. 

먹거리를 중심에 두고 삶을 연결하는 일들을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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