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그룹 신사업 추진 회의실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뭐? 타임머신이요? 지금 타임머신이라고 했소?"
"아닙니다. 저는 타임머신이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일시적인 체험만 하는 장치를 만들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게 타임머신 아니오?"
"그런가요? 그럼 까짓것 차기 사업 아이템은 타임머신으로 하죠. 뭐."
"제정신이요? 타임머신을 어떻게 만들란 말이오!"
"그러니까, 그건 연구팀장님께서 고민해 보셔야 할 문제죠. 연구개발은 저희 분야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 마케팅에서 제품을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정신 나갔소? 여기가 주문하면 뚝딱 만들어내는 세운 상가라도 되는 줄 아시오? 대체 타임머신을 어떻게 만들란 말이오!"
"왜 안 된다고 하는 겁니까! 우리도 삼성 한 번 따라잡아봐야 할 것 아닙니까!"
"맞소! 그래서 비싼 돈 들여 나사에서 박사를 영입한 거 아닙니까!"
참모진의 거듭되는 거친 언행에 부회장 천상수가 "흡, …음음!" 헛기침을 했다.
마케팅 총괄팀장 박재명은 부회장의 눈치를 한번 살피고 말을 이었다.
"아니 못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백 투 더 퓨처에서는 80년대에 가능했잖아요."
"아니오.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영화는 나도 봤소만, 기술적으로 오류가 많소."
"그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요? 시간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뭐 시공간을 초월한다던데."
연구팀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빈정거리며 대답했다.
"오호, 아인슈타인 말이오? 상대성이론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는 것 말이오? 그건 이제 소용없다는 게 알려졌소. 열역학 제2 법칙에 어긋나는 이론이오. 그리고 그건 말 그대로 '이론'일 뿐이오. 우린 이론을 논하는 게 아니잖소. 그리고 우리 연구팀은 실제로 구현하는 실험 과학자요."
"이보시오! 그럼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는 말입니까!"
꾸벅꾸벅 졸고 있던 법률팀 대표 변호사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연구팀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꺾어 천장을 바라봤다.
"법률팀장, 당신이 그 잘난 벤츠 S 클래스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고 가정하겠소. 갑자기 벼락이 내리쳐서 차가 박살 났다고 칩시다. 벼락의 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차가 박살이 났는데, 그럼 똑같은 양의 열에너지를 차에게 가하면 벤츠가 되돌려지기라도 한다는 말이오? 더 산산 조각나지 않겠소? 좋소, 그래 빛보다 빠른 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 칩시다. 그럼 과거로 가면 우리가 겪었던 일이 되감기가 된다는 보장이 있소? 그건 무작위요. 물에 같은 질량의 돌을 던졌을 때 일렁이는 물장구가 매번 다르듯이 말이오."
"그럼, 웜홀은요? 블랙홀을 통해서 시공간을 이동한다던데 연구팀장은 인터스텔라도 안 보셨습니까?"
"아니, 지금 여기서 양자역학을 논하자는 겁니까! 니놈 뱃대지를 갈랐는데 니가 죽을지 살았을지를 죽이지 않고 판단하는 게 양자역학이오! 염병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시오! 아이템이 뭔지! 그러니까 결국 과거의 추억을 재현하자는 거 아닙니까? 썅! 그냥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 타임머신이라니!"
"…음음! 그런데 무슨 테마로 과거를 재현하자는 거죠?"
부회장이 말했다.
"뭔가 주제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냥 단순히 시간 여행만 한다는 건 아무런 메리트가 없지요. 자동차도 보급률이 높아지고 이동 수단에서 사치품이 된 지 오래입니다. 심지어 플랫폼 산업으로 돌아섰어요. 음식도 마찬가지로 한 끼 때우고 연명하던 생존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 맛집 탐방이니,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니 해서 SNS 인증용 사치품으로 전락했지요. 농업 기술 발전으로 생산량은 급증하고 소비는 줄고…. 뭔가 새로운 먹거리 사업이 필요합니다. 음식도 이제 플랫폼 사업으로 가야 합니다. 먹거리를 접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순간의 작은 아이디어를 실체 있는 사업 아이템으로 전환하는 발상 능력에 모두가 감탄했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