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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니 Dec 21. 2022

마케터 48

 민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화가 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화가 나지 않았다. 피식 웃음이 나와 한참을 실실거린 끝에 진정할 수 있었다.

 이내 가슴에 답답함이 느껴졌다.

 사건 관계자들이 필리핀으로 출국했다는 사실을 경찰과 언론이 눈치채면 사건은 어떤 양상으로 바뀔까?

 민서는 자신의 피붙이들이 저지르는 무책임한 짓에 이골이 나 있었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도 들었다.

 빈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기는 싫었다. 무작정 나와서 걸었다. 한참을 걸어 도심 한복판에 있는 큼직한 공원으로 들어왔다.

 흙길을 따라 걸었다. 힘이 들면 벤치에 앉아서 쉬기를 반복했다. 무음으로 해둔 핸드폰을 꺼내 여러 가지 상황을 체크했다.

 문자, 카카오톡, 플랫폼 관리자 화면. 뭐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었다. 머리를 식히고 싶어서 포털사이트를 열람했다. 뉴스거리나 몇 개 읽어 볼 요량이었다.

 '죽어가는 새끼 고양이를 데려왔더니..'라는 기사를 터치했다.

 다 말라비틀어져 버린 나뭇가지 모습을 한 새끼고양이가 풍만한 뱃살을 자랑하는 거대 집고양이로 변모한 모습의 사진을 교차해 게시하고 있었다.

 하단에 이어지는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고양이가 애처롭게 울고 있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임시로 보호하기 위해…


 광고 배너가 뿅 하고 나타나 기사를 가리는 것이었다.

 민서는 이런 류의 광고 기법도 교양과목 시간에 배운 적 있었다.

 알고리즘이 인터넷 사용 이력을 분석해 취향과 니즈를 파악하고 광고를 붙인다는 것이었다. 유튜브 영상에도 광고가 걸리는 부분은 사람들이 건너뛰기 하지 않는 곳에 자동으로 광고가 걸린다는 것이다. 발상이 참으로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은주는 엔지니어도 마케팅 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기사를 가리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추억 속에 간직하고 있던 음식을 다시 맛보고 싶습니까?

 우리가 해드리겠습니다. 미래푸드.'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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