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는 감옥에 들어온 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얼마 못 가 삶의 의지마저 꺾였다.
그러나 좁은 감방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은주는 오직 아이들만 생각하며 시간을 이어갔다.
자유가 박탈된 사람들은 유일하게 해를 볼 수 있는 운동시간만 기다렸다.
운동장은 몇 무리의 패거리로 나뉘었다. 그리고 무리 중 한 명 주위로만 간격이 비어 있었다.
모두가 기피하는 '빨간 명찰' 조영미였다.
사람들은 그녀가 지나가면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조아렸다.
방장과는 다른 면모였다. 방장이 현감이라면 영미는 마치 왕 같았다.
은주는 모처럼 하늘을 보고 맑은 공기를 마셨다. 그러다 갑자기 빙의가 들려버렸다. 은주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고 날뛰었다. 여기저기서 까불어 대며 설치다가 구석에 앉아있는 영미를 발견하고 행동을 멈추었다.
"아이고 가엾어라."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울상이 되어 말했다.
영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꾸도 없이 물끄러미 주변 반응을 살폈다.
그사이 은주는 영미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사형수의 면전에 얼굴을 들이대고 측은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마음도 여린 것이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그래도 견뎌야 해. 애는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구."
은주는 수다스러운 아이 말투에서 순식간에 노파의 목소리로 변조되어 말했다.
영미는 은주의 말을 듣고 얼음처럼 몸이 굳어졌다.
누군가 자신을 부드럽게 안아준 게 과연 현실인가? 마침 운동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교도관이 죄수들을 실내로 인솔했다.
"거기 둘! 어서 들어가!"
간수가 몽둥이를 번쩍 들고 두 사람을 향해 고함쳤다.
"니년이 운동장에서 덜떨어진 짓을 해서 교도관들 분위기가 안 좋아졌잖아."
"맞아. 언니가 어떻게 기름칠해 놓았는데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분탕질이야!"
"앞으로 출석 부를 때만 나서라 잉."
측근들이 방장 비위를 맞추며 거들었다.
은주의 돌발행동에 방장은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더구나 방장은 불필요하게 나서는 성품을 교정하는데 아주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은주는 방장의 손찌검에 입술에 피를 흘렸다. 은주의 입속에 비릿한 피맛이 감돌았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