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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헌터 10

by 마르코니

계남은 버스터미널에서 밤낮없이 손님을 받았다.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에는 손님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순번을 정하기 이르렀고 번호표까지 생겨났다.

계남의 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번성했다.

그 중년 남자 사건이 계남을 일약 스타덤 반열에 올렸다. 사람들은 온갖 버전으로 사건을 변형시켜 소문을 퍼트렸다.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이 크게 일조한 것이다.

저기 길바닥에 있는 점쟁이 처자는 원래 어느 동네에 용하기로 소문난 점쟁이 처자였다. 그러다 밤낮없이 손님이 찾아와 줄을 잇자, 잠도 못 자고 과로에 시달리다 줄행랑을 쳤다. 그렇게 연고가 없는 곳으로 도망쳤는데도, 어찌나 '신빨'이 용한지 사람들이 또 줄을 잇게 되는 통에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도 못하고 저렇게 떠돌이 신세라고 입에 오르내렸다.

사람들은 없는 말까지 지어내서 소문을 갖다 붙였다. 그 덕택에 계남은 장사에 제법 재미를 보고 있었다.


흔한 기회가 아니라는 걸 감지한 사람들은 투기 열풍에 휩쓸리듯 몰려들었다. 도처에 널린 점집을 외면하고 버스터미널로 말이다. 끝도 없이 사람들이 몰려왔다.


계남을 둘러싼 소문은 사실무근이었지만, 신통한 구석은 사실이었다. 따라서 점괘는 늘 잘 맞아떨어졌다. 망자의 영혼도 쉽게 불러냈다.

그 늙은 무당집 종노릇을 하며 어깨너머로 체득한 사람 꿰는 재주도 수준급이었다.

여러 방면으로 능수능란했다. 날마다 최고 매출액을 경신하며 주머니 사정도 하루가 다르게 두둑해졌다.


그러나 그녀의 업장에도 불청객은 찾아왔다.


버스터미널에는 유동 인구가 많은 만큼 온갖 종류의 잡상인도 기승을 부렸다. 주로 껌이나 사탕류 같은 간식거리를 파는 행상이었다.

때로는 팔뚝에 용문신을 걷어 보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싸구려 볼펜 따위를 열 배나 비싸게 강매하는 건달들도 있었다.


버스터미널 입장에서는 계남도 그중 한 명에 불과했다.

불법 영업을 단속하는 직원들이 수시로 찾아와서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단속을 하기 위해 출동하면 시민들의 등쌀에 밀려 제대로 된 공권력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쫓겨나기 일쑤였다. 성난 시민들 앞에서 공무원은 한없이 무력했다.


"내가 언제부터 기다렸는데 초를 치고 있어! 이 개새끼야!"

"내가 누군지 알아? 구청 교통행정과 과장 나오라 해!"

"너 몇 살이야! 임마!"

계남에게 단속반을 물리치는 것은 손 안 대고 코 풀기에 불과했다. 기다리다 지친 손님들이 단속원들에게 '너 잘 걸렸다.' 식으로 화풀이를 하며 내몰아 세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이 미래를 점치러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애달픈 사연이 있었다.

직장인은 승진운, 기업가는 사업운, 솔로는 애정운 또는 궁합(불륜 커플의 궁합은 시장 규모가 꽤 컸다), 시험 합격운 등 다양했다. 삶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막연히 점을 보러 오는 경우가 지배적으로 많았다. 따라서 사람들은 조급했다. 더군다나 몇 시간을 기다리기까지 했다. 눈앞에서 허탕을 치는 상황은 반길 일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사람들은 극도로 예민해져 날이 바짝 서 있었다. 여차하면 단속원에게 멱살잡이를 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손님 대부분은 일종에 마음의 병을 얻은 환자였다. 다만 시대가 농간을 부려 당시에는 정신과 문턱을 넘는 순간 '정신병자'로 낙인찍혔다. 정신병자는 곧 미친놈으로 간주했고 사회에서 매장당했다.

계남은 뜻하지 않게 호황을 누렸다. 그리고 여관방을 전전하는 것도 이 주가 흘렀다. 보금자리는 없었지만, 주머니 사정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계남은 터미널 근처에서 저렴한 가격의 월세방을 하나 얻었다. 그리고 적당히 거리가 있는 곳에 신당도 계약했다.

계남은 자신을 향해 생겨난 루머처럼 예고 없이 터미널에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새로운 신당으로 출근했다. 그런데 정말 소문처럼 하나, 둘 사람들이 찾아왔다.

"여기가 동백 보살님 댁입니까?"

대문 앞에서 대뜸 두 손 모아 인사를 꾸벅했다. 신당을 꾸린 후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주 고객층은 중년의 부인들이었다.


계남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모습의 냉철한 무당으로 변모했다. 업무 외적으로 실생활에서도 억척스럽게 생활했다.

까불고 뛰는 굿판은 계남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차분히 앉아서 손님들 운명이나 점쳐주는 게 딱 맞았다. 때문에 큰돈이 들락거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잔잔한 수익을 안겨주는 손님은 멈추지 않고 들어왔다. 그 덕분에 생활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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