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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헌터 11

by 마르코니

계남의 생활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나이가 고작 스물두 살이라는 점을 자각했다. 먹고살기 바쁜 나머지 오랫동안 나이도 잊고 지낸 터였다.

거울에 비친 계남은 우스꽝스러운 색동저고리와 과장스러운 눈 화장에 실제 나이보다 10년은 늙어 보였다.

순간 욱하는 무언가가 치솟았다. 계남은 마당으로 뛰쳐 갔다. 세숫대야에서 물을 받아 화장을 신경질적으로 박박 문질러 댔다.

비눗물과 화장품이 섞인 구정물을 보며 내일은 신당에 나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큰마음을 먹고 막상 휴업을 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거리에서 걷다가 문득 버스에 탑승했다. 그리고 종로의 번화가에서 하차했다. 무작정 길을 걸었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뒷사람 배에 등이 밀려 걸어갈 지경이었다. 그 순간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서점이었다.

가게 진열장에 전시된 여성 잡지 광고가 계남의 관심을 끌었다. 거리는 분주했지만, 서점 안은 여유가 있었다.

잠시 책도 읽으면서 쉬어가기로 했다. 여성 잡지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계남은 한껏 예쁘게 꾸민 표지 모델을 보니 숨이 턱하고 막혔다.

'어머나, 너무 예쁘다!'

정신없이 잡지를 바꿔가며 구경했다. 계남은 시간이 가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성 잡지 <블랑>의 지면을 거의 다 넘겼을 즈음에 '펜팔 모집'란이 보였다. 말로만 듣던 바로 그 펜팔이었다.

국민학교도 못 나온 계남은 펜팔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고향 마을 동갑내기 친구 복자는 중학교까지 진학했다. 복자는 종종 학교 숙제로 국군 아저씨께 위문편지를 보냈다고 자랑했다.

계남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오촌 아재뻘 되는 친척이 국민학교 교사였다. 주말이면 본가의 어르신들 농사일을 거들겠다며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들어왔다. 그는 소일거리 삼아 조카뻘 되는 계남과 그녀의 동생들에게 한글을 비롯한 덧셈, 뺄셈 같은 간단한 공부를 봐주기도 했다.

계남은 우연한 기회로 글은 깨우쳤지만, 편지를 쓸 곳은 어느 곳도 없었다. 펜팔도 누구에게나 주어진 혜택은 아니었다.

계남은 펜팔 모집 기사를 발견한 순간 자신의 은밀한 무언가가 들통난 기분이 들었다. 황급히 잡지를 덮고 계산대로 가져갔다.

계남은 난생처음으로 '펜팔'이라는 것을 해볼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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