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8번 나와."
간수가 말했다.
3508번은 은주의 번호다. 그 시각 은주는 방장의 얼차려를 받고 있었다. 같은 방 재소자들이 화들짝 놀래며 수군거렸다. 수상한 분위기를 짐작한 간수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년들이?"
재소자들은 어설프게 딴청을 피웠다.
간수는 괜한 일에 개입하기는 싫었다. 이만하면 자신도 체면치레는 했다고 생각했다.
은주는 폭력의 흔적으로 남은 산발한 머리카락을 추스르며 간수를 따라갔다.
은주가 도착한 곳은 사형수 영미의 방이었다.
그녀는 독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명확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 사형수는 독방을 쓰고 있었다
영미는 굳은 표정으로 한참을 노려보았다.
"아까 낮에 하던 말. 뭐야?"
"아, 그건요. 제가 아니구요. 제가 사실 신기가 있걸랑요."
"뭐? 너 무당이야?"
은주는 더듬거리며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맞춰?"
"네, 제법…."
"그럼 내 주머니에 뭐가 있는지 말해 봐."
"그건 그렇게 간단히 맞출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럼 낮에 니년이 지껄인 말은 뭔데?"
"가끔 예고 없이 신이 들리면 그래요. 먼젓번에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평소에는 못 맞추는 거야?"
"그건 아니에요."
"그럼 뭔데? 아, 정말 답답하게 하지 말고 본론을 얘기해!"
"간절히 염원하면 알 수 있어요."
"…뭐? 간절히?"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