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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 34

by 마르코니

두 모녀의 눈물을 추스르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얼마 후 감정이 수습되고 자매의 원룸으로 들어갔다.

"언니! 엄마 왔어!"

전공 서적과 악전고투하던 민서가 대뜸 고개를 들었다.

"엄마? 여긴 어떻게…?"

"민서야 미안하다."

"엄마 내가 미안해. 내가 다 망쳐놨어…, 엄마…."

20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A동 세 모녀는 한참을 부둥켜안았다.

"잠깐만 이제 팔 좀 풀어 봐."

"그런데 집이 어째 이렇니?"

은주가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자매는 묘한 표정을 교환했다.


"그 돈 엄마가 보낸 거 맞지?"


은주는 자매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빠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변수를 고려해 돈의 출처와 자신이 보냈다는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러나 은주는 실상을 눈으로 보고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보낸 돈은 최 부장과 폐지 줍는 노파를 비롯해 수많은 지게꾼들을 거쳐 가며 통행세로 다 빠져나가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돈이 종착역에 도달했을 때 정작 자매들 손에 쥐게 된 액수는 쥐꼬리만 한 액수였다.

자매는 그 얼마간의 돈으로 생활비와 학비를 충당해야 했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쯤은 당연했다.

은주는 자매들이 편안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매는 여느 대학생 못지않은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기지배들아, 집은 한 칸 사놨어야지."

"엄마두 참. 우리가 집을 샀다 쳐, 그럼 취득세, 등록세 내고 등기도 쳐야 하는데. 국세청에다 자금 출처는 어떻게 소명해? 고작 스무 살짜리가 어디서 돈이 나서 집을 사냐고? 그리고 엄마가 보내준 돈으로 집은 고사하고 전세도 못 들어가."

은주는 긴 감옥 생활로 현실감각이 무뎌져 있었다.


"그럼 내가 들고 있는 돈도 못 쓰니?"

"얼마가 있고 어떻게 벌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소득세를 안 냈으면 집 같은 건 못 사. 대신 밥 사 먹고 장 보고 생활비로 녹이는 건 가능해. 그런데 엄마 지낼 곳은 있어?"

은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딱히 지낼 곳이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자금으로 아이들에게 원룸은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온전히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은주는 우선 은행 잔고를 확인하기로 했다. 심리적 안정이 필요했다.


"은행엘 좀 가야겠다."

"은행?"

"그래 은행. 요즘에는 이게 통장을 대신한다더구나."

은주는 마그네틱 카드를 한 장 꺼내 들었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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