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땅해서 2천만 원 드릴게요."
민지가 말했다.
처치 곤란이던 쓰레기를 치워주는 대가로 2천만 원을 준다는 제안을 들은 무당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면전에 뿜는 바람에 민지는 대답을 듣기 전에 얼굴부터 닦아야 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살풀이 굿 가격을 150만 원으로 책정했다.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상차림비와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었다.
저렴한 가격의 비밀은 비대면으로 영상 굿을 치르는 조건이었다. 반신반의했던 이 해괴한 서비스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다름 아닌 팬데믹 여파였다. 비대면 상담, 비대면 굿 등 팬데믹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의 단어였다.
세 모녀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두고 마음을 졸였다. 그러나 출시 즉시 굿 문의가 빗발치자 안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리고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이걸 나 혼자 다 할 순 없어!"
"방법이 있어!"
"방법?"
"점쟁이를 더 고용하는 거야."
"저번처럼 또 가짜를 고용하자고?"
민서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이번에는 진짜 고용을 하는 거야. 비정규직으로."
민지의 주장은 이러했다. 대학로에서 무명 연극배우를 고용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연기자들이 굿하는 장면만 동영상으로 촬영해 놓자는 거다.
굿 주문이 들어오면 상황에 맞는 녹화 영상을 송출하자고 주장했다.
"어차피 공개 방송도 아니고 결제한 사람들만 참가하는데 알게 뭐야,"
민서와 은주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뭐라고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민서는 한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플랫폼에 굿 영상을 미리 올려놓고 동시에 여러 명에게 실시간으로 송출하게 되면 버퍼링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였다.
"서버도 증설해야 하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래서 넷플릭스가 대단한 거야. 영화 한 편을 수천 개의 동영상으로 쪼개서 올려놨거든. 동시에 몇만 명이 영화를 시청해도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어."
"그럼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되잖아?"
민지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야, 그게 말이 쉽지. 그 쪼개주는 알고리즘이 넷플릭스의 원천 기술인 거야. 당연히 알려줄 리 없지. 설령 공개되어 있더라도 특허가 있어서 저작권 문제에 휘말리게 될 거야. 넷플릭스는 큰 회사라고. 실연당한 사람한테 챗봇이 대답해 주는 거랑 차원이 다른 문제야. 여기서 몇백억 원짜리 송사에 휘말리고 싶은 사람 있어? 남은 생을 감옥에서 웅크려 앉아 보내고 싶은 사람 있냐고?"
이에 반박하는 민지의 말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주장은 동영상 관련해서는 민서도 귀찮게 플랫폼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