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를 어떻게 찾아서 고용해? 그리고 하겠어? 점쟁이들이 얼마나 꼬장꼬장한데."
은주가 눈을 흘겼다.
"아니, 엄마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민서가 은주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러니까, 가상으로 고용하는 거지."
민지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눈치 빠른 민서는 구글에서 '할머니 사진'을 검색했다. 눈매가 날카로워 보이는 노파 사진 몇 개를 긁어모았다.
진한 눈 화장에 입술을 빨갛게 바르고 머리 위로 붉은 갓을 씌우는 간단한 사진 편집 작업으로 몇 명의 무당이 뚝딱 완성되었다.
민지는 그 사진을 기반으로 프로필을 제작했다. 다들 무슨 산에서 몇십 년씩 도를 닦은 무속인으로 둔갑했다. 각 무속인들에게 배정된 상담 내용은 AI 챗봇이 대체했다.
회원의 상담 내용은 맥락이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름과 호칭, 숫자 정도만 바꾸고 자동으로 솔루션을 제공했다. 물론 매끄럽게 문맥을 다듬기 위해 한 번씩 훑어보긴 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전화상담이 존재하긴 했지만, 10분에 20만 원이라는 거금이었다. 반면 게시판 상담은 3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축이었기 때문에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가끔 전화상담 신청이 오더라도 은주가 대응해 주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월수입 3천만 원을 기록하며 포근한 나날을 이어갔다.
시간은 순조롭게 흘러 또 2년이 지났다.
매출이 올라갈수록 민지의 야욕도 눈덩이처럼 불어 갔다.
"사업 영역을 더 키워야겠어."
"이번엔 또 뭔데?"
사무실에서 사과를 까득 씹어 먹던 민서가 물었다.
"진짜 '살풀이'를 하는 거야."
"뭐?"
민서는 은주가 굿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따라서 동생의 제안은 허무맹랑한 소리 같았다. 민지도 굿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가짜로 퍼포먼스만 하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던진 말이었다.
"굿? 해본 지 오래됐는데. 이제 몸이 안 따라줘서 작두가 타지려나 모르겠다."
의외의 대답을 들은 자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은주를 바라보았다.
민지는 굿판을 벌일 신당은 좀 더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 분위기 연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이는 걸로 그 사람의 기본값이 정해진다는 연구가 어마 무시하게 많아.
민지는 수소문한 끝에 서울 변두리의 후미진 동네에서 은퇴한 무당과 접선할 수 있었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