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드루미
"박민지! 너 미쳤어!?"
"아, 왜! 홍보는 내 담당이야. 참견 말고 언니 일이나 잘하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정도가 지나치잖아! 암 환자를 팔아먹고 사별한 유가족들한테 구라를 쳐?"
"무슨 구라야? 엄마가 진짜 점 봐주잖아. 지금 성인군자처럼 도덕 따질 때야? 따지고 보면 이건 아프고 상처 입은 사람들한테 희망을 주는 거야."
"뭐? 희망?"
"그래!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 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지? 그리고 엄마는 진짜 영을 불러낼 줄 알아. 그 덕에 좀 견딜 만해질 수도 있는 거잖아. 언니가 그 심리 안정제를 박탈할 권리는 없어."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제정신이니? 댓글 조작해서 힘든 사람들 등쳐먹는 거잖아. 나는 거기에는 동의할 수 없어."
"등쳐먹다니? 이거 왜 이래? 엄마가 사기라도 친다는 거야? 이건 그냥 손님만 끌어오는 거라고."
"왜들 그러니, 싸우지들 말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자매는 은주의 권유대로 '암 환자 환우 카페'와 '사사모'에는 추가적인 홍보를(댓글 작업) 하지 않는 조건으로 다툼이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담 의뢰 알람이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판에 모든 카페의 댓글 작업을 종결지어야 했다.
민지의 수법은 생각보다 탁월했다. 상담 예약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관계로 무료 이벤트는 조기에 마감 지었다.
은주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관한 지식이 전무했다. 때문에, 자매들이 번갈아서 사연을 읽어주고 답신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대부분 솔루션이 필요 없는 하소연에 가까운 사연이었다. 딱히 은주의 기량이 필요 없는 일이었다. 간혹 운세나 신수 같은 걸 묻기도 했지만, 은주로서는 재능 낭비에 불과했다.
2대에 걸쳐 내려온 은주의 노하우로 회원들을 대만족 시켰다. 회원들은 유료 결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민지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블로그나 SNS에 후기 인증 이벤트를 펼쳤다. 후기 글을 남기면 무료상담 쿠폰을 발행하는 다소 공격적인 마케팅이었다. 이 역시 성공적이었다.
그와 동시에 애플리케이션도 큰 결함 없이 운영되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갔다.
매출은 삽시간에 불어났다. 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셋의 업무 세분화도 더욱 명확해졌다.
민지는 민서의 이름으로 사업체를 등록했다. 자신은 CFO로 소득세부터 부가세 신고까지 모든 회계업무와 홍보 마케팅 업무를 맡으며 일선 경영을 책임졌다.
그 과정에 민서는 석사 과정을 조기 졸업했다. 지도 교수는 박사 과정을 권유했지만, 사업 문제가 더욱 시급했다. 일단 급여가 입금되는 이상 앱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임무가 막중했다.
그 사이 은주도 IT 기기에 제법 친숙해졌다. 간단한 PC 사용법은 물론 스마트폰도 숙지했다. 그렇지만 주로 이용하는 것은 태블릿이었다. 은주는 태블릿을 사용해 독자적으로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민서는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타이핑이 느린 은주가 말을 하면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업무 진척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중에는 밀려드는 상담 건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점쟁이를 더 고용해야겠어."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