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언론에서 자숙도 없이 수십억대 사기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사회면을 장식했다.
그리고 근황 전문 유튜버들이 은주의 남편 박영국의 집에 난입해 선을 넘는 콘텐츠까지 찍고 있었다.
머리가 다 빠진 영국은 완전 거지꼴이 따로 없었다. 얼굴이 쪼그라들어 박영국이라는 자막이 없었더라면 세 모녀도 알아보지 못했을 터였다.
영국은 반지하를 벗어나지 못하고 알코올중독자 신세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폐인이 따로 없었다. 인터뷰어가 말했다.
"30년 전 A동 세 모녀 사건의 가장되시나요?"
"뭐야, 이 개새끼들은!"
늘어진 발음으로 호통쳤다. 그리고 딸꾹질을 멈추지 못하면서도 연신 담배를 빨고 있었다.
영국은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유튜버들은 끈질기게 들러붙었다. 더 심한 욕설이 나오게 고의로 상황을 연출했다. 이미 심신미약 상태였던 박영국의 모습은 충분히 콘텐츠 거리가 될만했고 그를 더욱 미치광이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조회수가 높아졌다.
박영국의 약발이 점점 약해질 때쯤 새로운 먹잇감으로 등극한 건 서울대 출신 박민서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가족 사기단의 주범으로 기획되었다.
흔히 노랑 신문이라고 불리는 가십 전문 타블로이드신문에 보도된 기사는 다음과 같다.
30년 전 전대미문의 아동학대 피해자. 서울대 컴공 나와 가족 사기단 주도.
박모 씨는 30년 전 아동 학대 피해자로 가해자 부모 이 씨가 구속된 후에도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친 박 씨의 학대를 받았다.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하여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에서 배운 프로그래밍 능력을 바탕으로 심령 사기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여 범행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박 씨는 자신을 무속인라고 주장하는 모친과 모의하여 수십억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모친 이 씨는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는 중 금품을 받고 점을 쳐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씨팔, 나만 독박 쓰게 생겼잖아."
서울대 출신에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 이름이 남겨져 있었기 때문에 모든 관심이 민서로 쏠렸다.
민지와 은주는 타블로이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이젠 이 짓도 끝이구나."
은주가 푸념하는 사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