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몸에 갇혔고, 다른 방법은 없어요.

Sound body, Bound mind

by 마레MARE

빼고 있지 않으면 찌고 있던 내가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100일이 넘는 나날들 동안 주 5-6일 운동하며 닭가슴살과 복합탄수화물만 먹고 운동인으로 거듭났다. 몇몇 지인들은 자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가 묻기도 했지만, 천년의 사랑과 이별을 했다거나 상금이 탐났다거나 하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결심할 당시에는 좀 쉽게 본 것도 있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담배는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누군가처럼, 마음먹으면 금방 몸을 만들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물론 나는 그 누군가처럼 여기저기 큰소리치고 다니지는 않았다. 같이 식장 들어갈 남자도 없는데 웨딩촬영 하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바디프로필을 찍게 되었다고 사실대로 고했지만 말이다.


감량과 촬영은 성공적이었다. 체지방 6kg를 태우니 온몸에 세로선 가로선이 보였다. 물론 1년 여가 지난 지금은 기막힌 각도로 측광이 들어와야 보이는 수준이지만, 이전보다는 몸의 모양새와 에너지가 좋아졌다. 요즘도 점심엔 닭가슴살을 씹고 주 3-4일은 헬스장에서는 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운동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게 지긋지긋하다는 것이다. 운동이 습관이 된 것 같다는 말은 반쯤은 허세다. 본인이 운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이제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누워서 쉬어도, 책을 읽어도, 술을 마셔도, 어딘가에 마음을 쏟아도, 사람을 만나도 해결되지 않는 갈증이 있다. 그날의 운동 루틴을 마치고 땀을 쭉 빼고 나면 표현할 방법이 달리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 모든 게 엉망인 날에도, 단 하나 잘한 일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체력이 오르고 근력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던 운동인 생활 초반에는 자신감과 의욕이 생기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점차 몸의 모양새에 대한 잣대가 이전보다 엄격해지면서 불행이 시작되었다. 평소보다 아랫배가 조금이라도 더 두둑해지면 게으른 사람이 된 것만 같고, 뭔가를 먹는 것 자체에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때로는 몸과 마음이 쉬어야 하는 상태임에도 운동을 했다. 강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운동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Mens sana in corpore sano-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고대 로마 시대 유베날리스가 정신적 가치보다 육체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당대의 사람들을 비꼰 것인데, 유럽 철학자들이 그 해학의 행간은 쏙 빼고 문장만 그대로 퍼뜨렸다고 한다. 본인도 최근까지 육체의 건강이 선행되어야 마음의 건강이 찾아온다는 뜻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몸이 불건강하면 불건강한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건강한 정신을 위한 건강한 몸, 그 몸을 만드는 것에만 마음이 사로잡혀 있다면 그건 삶이라는 목적이 몸이라는 수단에 잡아먹힌 모양새다. 이건 일종의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 이 육체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이제는 그 육체를 갈고닦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졌다. 육체를 단련하는 것은 나를 현실에 집중하도록 하지만, 미래를 고민할 여력을 앗아갔다. 뭘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운동에 지쳐 미뤄놓은 일들을 처치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으니까. 최근 혈액검사 결과와 의사소견을 확인하고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조금 더 차가운 현실로 다가왔다. 워라밸이 아니라 운라벨을 찾아야 했다. 이제는 운동 강도와 횟수를 줄이고 식단에서 육류의 비율도 낮추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어쩌다 며칠 운동을 못하게 되면 마음 한편이 불안하다. 하루 한 끼는 닭가슴살을 먹지 않으면 죄책감이 느껴지고, 복합 탄수화물이 아닌 것을 먹으면 실시간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것만 같다. 아직 그럴듯한 해결책은 없다. 그저 조금 더 관대해지려고 노력할 뿐이지. 건강한 신체에 묶인 마음, 습관의 단점에 베인 상처가 빨리 아물도록 말이다.


- 여전히 괜찮은 무게중심을 찾고 있는, M으로부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