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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짠짠이아빠 Dec 02. 2019

내 아이 이름 짓기

짠짠아 너의 이름은?!

짠짠이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내 아이 이름은 아내랑 둘이서 짓겠다는 생각이 확고했고 양가 부모님께도 일찌감치 통보를 드렸다. 양가 부모님 모두 우리 의견을 대체로 존중하시는 편이라 우리 뜻대로 하기로. 실은 우리 아버지께서 짠짠이 항렬의 돌림자를 알려주셨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고 넘어갔다.(ㅋㅋ) 

꽤 오래 전인 연애 시절, 아내와 아이 이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애 중에 아이 이름 이야기를 한 게 이상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렇게 결혼하게 되었으니 그러려니. 어쩌다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여하튼, 당시 우리는 왠지 한글 이름을 짓고 싶었다. 한글 이름이면서, 영어 이름 같기도 하고, 중성적이고, 발음도 부드러운 그런 이름. 

아들 이름: 정 이든(Ethan)
딸 이름: 정 나린(Narine)

저 두 이름을 각각 만들어 놓고는 꽤 맘에 들었다. 뭔가 특이하고 세련된 한글 이름 같고 영어 이름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래서 우리 아들 짠짠이 이름 후보로 '정이든' 우선 등록. 그런데 짠짠이 출산을 앞둔 2019년에 이 이름을 꺼내보니 뭔가 망설여졌다. 정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름에 대한 느낌이나 감성이 지금과 예전이 달라진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짠짠이 이름 후보 기호 1번 '정이든' 입후보!


시대에 따라 이름도 뭔가 유행이 있는걸까


아내와 상의해서 이름을 짓는 기준을 우선 세웠다.


1. 아내의 성인 '이' 넣기

예전에는 생각 못했던 기준인데 아내가 제안했다. 자기 성인 '이'를 넣고 싶다고. '정이OO'가 아니라 '정이O' 또는 '정O이'로. 부모의 성 두 글자를 다 따서 이름을 하는 건 대학 시절 가끔 보긴 했는데 난 영 거부감이 들어서 전혀 하고 싶지 않았고 아내도 그건 같은 의견. 이름 두 글자 중에 '이'를 넣는 건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우리 둘 그리고 두 집안의 이름이 함께 핏줄로 이어지는 기분. 그래서 대찬성. '정이O'과 '정O이' 중에서는 아무래도 '정이O'이 이름 짓기가 용이할 거 같아서 이걸로 결정. 이제 한 글자만 정하면 된다! 의미도 좋고 이름 짓기도 수월해지고. 다시 생각해봐도 좋은 아이디어다. 역시 믿고 같이 사는 최대주주님 충성충성.


남편아 너는 나만 믿고 따르면 된단다


2. 흔치 않은 특별한 이름으로

가끔씩 약간 억지로라도 남과 다르게 특이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영화나 음악이 아닌 좀 덜 알려진 문화생활을 하면서 일종의 허영을 충족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왠지 내 아이 이름은 특이하고 흔치 않은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 그래서 어림짐작으로라도 흔할 것 같은 이름은 애초에 제외하고 어감이 맘에 드는 '정이O' 후보들을 하나씩 추렸다. 우선 한자 뜻은 나중에 맞춰보기로 하고 한글 음의 느낌만으로 선정. 그리고 예비 후보 이름들을 검색해서 통계상 많지 않은 것까지 확인. 이렇게 해서 다수의 이름 후보 추가!

정이현, 정이재, 정이헌, 정이담


3. 놀림받지 않을 이름으로

아내는 이 부분을 상당히 신경 썼다. 많이들 그렇듯이, 어린 시절에 이름으로 별명이 지어지거나 놀림을 받는 경우가 흔하니 그럴 일 없는 이름이었으면 좋겠다고.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긴 했지만 우려하는 수준은 차이가 있었다. 저 위의 후보들 중에 '정이재'가 아내 맘에 들었는데 왠지 '이재'가 '이제'의 의미로 놀림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란다. 당장 '정나우(now)'가 떠오르고 "이재가 이제 왔냐!" 뭐 이런 멘트들이 떠올랐다고. 나는 적당히 친근한 별명이 붙으면 친구들 사귀기에도 좋겠다 싶고 저 정도는 다 같이 재미 삼아 부르기 괜찮다 싶어서 '정이재'로 하자고 했는데 아내가 끝까지 고민하길래 우선 보류. 다른 이름들은 딱히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아 보여서 통과!

그래서 내 이름은 뭐유


이런저런 고민 끝에 결정한 우리 아들 짠짠이 이름은!

정이헌

실은 출산 전까지 이름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출산 14일 내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해서 벼락치기하듯(...) 조리원에서 고민했다. 정이든, 정이현, 정이재, 정이헌, 정이담, 이렇게 5개 후보를 두고 한자를 맞춰보면서 고민하기로. 뭔가 확 끌리는 한자 뜻풀이가 있을까 싶어서. 작명 프로그램에 이름, 출생 일시, 성별을 넣으니 수십 가지 조합의 한자 이름을 출력해줬고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나와 아내는 종교나 작명학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 프로그램에서 사주풀이를 해주니 괜히 사주가 별로인 이름은 꺼려지게 되더라. 열심히 들여다보다가 우리 눈에 확 들어온 이름이 '익힐 이', '드릴 헌'이 들어간 정이헌(鄭肄獻)! 익혀 드림. 배워서 남 준다. 뜻이 정말 맘에 들었다. 혹시 어떤가 싶어서 '정이헌' 인물 검색을 해봤다니 의병이었단다. 끝내준다. 영어 이름을 생각해보니 발음 상 'Ian'도 자연스럽게 붙고 혹은 별명으로 Honey(헌이)도 떠오르고. 아내와 같이 이야기하면서 뜯어볼수록 이 이름이 확 마음에 들어왔다. 더 고민 없이 우리 아들 이름은 '정이헌(鄭肄獻)'으로 결정! 무엇이든 좋으니 자기에게 잘 맞는 걸 배워서 스스로 행복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이름이 마음에 안 드나(...)


정이헌, 앞으로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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