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코로나 확진되면 애는 누가 보나

아빠가 혼자 할 수 있을까

by 다비드

2022년 8월 어느 날 아침, 아내가 열이 나고 목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어? 이거 혹시..."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 한 달 전 내가 겪었던 그 증상과 똑같았다. 아내는 코로나를 직감하고 출근해서 중요한 일만 정리한 뒤 바로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결과는 역시나 양성. 7일 격리 휴가까지 바로 진행했다.

"이제 내 차례구나."

한 달 전 내가 확진되었을 때 아내가 독박 육아를 했으니, 이번에는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할 차례. 하지만 상황이 좀 달랐다. 내가 혼자 외부에 격리했던 것처럼 아내도 격리할까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는 아내 직장 어린이집에 아들 등하원을 내가 하면서 출퇴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내가 격리할 때는 아내가 무리해서 아들 등하원과 케어가 가능했지만, 반대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내 출퇴근 시간을 생각해 보니:

아침 6시 30분까지 출근 (집에서 6시 전 출발)

저녁 6시 퇴근 (집에 오면 7시)

아내 직장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

아침 8시 30분 등원

저녁 6시 하원

시간이 전혀 맞지 않았다. 코로나에 걸렸을 때는 아예 휴가가 가능했지만, 가족이 걸렸다고 회사에서 배려를 받기는 무리였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아들이 엄마 없이 자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엄마 어디 가? 엄마랑 같이 잘래!"

아내가 아들을 두고 7일 격리할 결심을 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집에 있으면 아들은 동거인이라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고, 7일 내내 집에 다 같이 있으면 아들도 코로나에 걸릴까 걱정이 되는 상황. 아들을 적당히 케어하면서 코로나 감염 가능성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했다.

20210321_110815.jpg 엄마 오세요!!! ㅠㅜ

결론은 아내가 집에서 자가격리하고 장인장모님께서 7일간 오셔서 낮 시간에 아들을 돌봐주시기로.

새로운 격리 시스템:

아내: 방 하나를 따로 두고 완전 격리

식기, 의류, 화장실 모두 분리 사용

아내는 마스크 세 겹 착용으로 얼굴 최대 방어

밤에 아들 재울 때만 아들과 접촉

낮 시간: 장인장모님이 아들 돌봄

사실상 아들 돌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코로나 추가 감염은 각오하는 방침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셔서 놀아주니 아들이 초반에는 좋아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어린이집도 못 가고, 집에서 엄마랑 문 사이로 대화만 하고 직접 볼 수는 없으니까 아들이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나와!"

"아들아, 엄마가 아파서 못 나가. 조금만 기다려."

문 너머로 들리는 대화를 들으며 아내도 마음이 힘들어했다. 아들이 밖에서 투정 부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 가장 괴로웠다고.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는 아내가 혼자 아들 돌보고 집안일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반대 상황에서는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래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최대한 일찍 퇴근

저녁은 아들이랑 같이 먹기

아들이랑 둘이 밤 산책 나가서 장인장모님도 조금 쉬게 하기

보통 주말에만 둘이 산책 나갔는데, 평일 저녁에 나가는 것도 괜찮았다. 퇴근 후 또 나가는 게 몸은 피곤했지만 머리는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아들, 아빠랑 산책 갈까?"

"버스 타러 가자!"

20220814_105643.jpg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장인장모님의 도움 덕에 7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아들, 장인장모님 모두 추가 감염은 없었다.

상당히 확률 낮은 도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성공할 줄이야. 마스크 세 겹과 철저한 격리, 그리고 운이 따라준 결과였다.

"정말 다행이다. 아무도 안 걸려서."

"그러게. 정말 운이 좋았어. 고생한 보람이 있네"

이후로 코로나 종식까지 아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코로나를 피해 간 멤버가 되었다.

돌이켜보니 1라운드와 2라운드는 완전히 달랐다.

1라운드 (내 확진):

나: 명동에서 7일 휴식

아내: 독박 육아 + 회사 일

아들: 어린이집 정상 등원

2라운드 (아내 확진):

아내: 집에서 격리 + 아들 걱정

나: 평소보다 더 바쁜 일상

아들: 어린이집 못 가고 집에서 답답함

장인장모님: 긴급 출동

확실히 2라운드가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1라운드에서는 내가 편했다면, 2라운드에서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힘들었다.

힘겨웠던 7~8월이 지나가고 드디어 다시 셋의 생활이 돌아왔다. 코로나도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에 대한 기대가 나오기 시작했고, 길었던 나의 분당 프로젝트도 마무리가 다가왔다. 2022년 여름은 정말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비대위 체제를 종료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연달아 찾아온 코로나 확진. 하지만 닥치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고 고생은 했지만 시간은 지나갔다.

이제 정말로 평범한 일상이 올 수 있을까? 그런 기대를 품으며 2022년 가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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