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을 실천 중인 사람에게는 필수로 깔아야 하는 스마트폰 어플이 있다. 바로 당근마켓! (번개장터도 짱!)
현재 미친 듯이 물건을 올려서 비워내기를 실천하고 있다. 생각보다 물건이 너무 많아서 조금 힘들다. 물건들이 알을 낳은 것처럼 계속해서 나온다.
아무튼! 나의 비워내기 프로젝트에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는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무료 나눔이라는 제도도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져 있다. 말 그대로 금전적인 대가 없이 물건을 '나눔'하는 것. 정말 좋은 취지의 제도이지만 나는 이제 웬만해선 나눔을 하지 않는다.
그럼 왜 나는 나눔을 하지 않는가?
첫째, '나눔 사냥꾼'들이 있다. 나눔만을 찾아서 헌팅을 다니는 분들이 분명 분명히 존재한다. 그 물건이 절실히 필요하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물건이 '공짜'이기 때문에 우선 쟁여두는 것이다. 오래 입은 롱패딩을 나눔 하려고 올린 적이 있다. 요새 날씨가 너무 따뜻해졌기 때문에 올해 겨울이 됐을 때 가져가겠지 싶어 미리 올려놨었는데, 올리고 일분도 되지 않아 연락이 온 것이다. 시간을 잡아 만났고 신기하게도 정말 작은 여성분이 오셨었다. 누가 입으실 거냐고 여쭤보니 본인이 입겠다고 했다. 사이즈 XL에 총기장이 115cm가 넘는 롱패딩인데.. 그리고 나눔 중이었던 하드 왁스와 맥주잔도 달라고 하셨다.
물건을 빨리 비우는 것이 목적인 나는 당시엔 안 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물건을 너무 기고 나니 너무 찝찝했다. 그분은 그 물건이 정말 필요했을까?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아니라고 본다. 그 이후로 나눔을 할 때 필요한 이유를 알려달라고 본문에 기재한다. 지금까지 열에 한분 정도만 필요한 이유를 말해주셨다. 그 외 분들은 '그냥' 필요하다고 했다. 사용 목적이 그냥인 물건은 의미를 잃는다.
둘째, 나의 마음가짐이다. 상태가 좋지 않은 물건을 굳이 나눔을 한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분리수거도 귀찮고 누군가는 필요할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가 나눔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그게 아니었다면 조금이라도 금액을 받아서라도 판매를 했겠지. 그런 물건이 누군가에게 가치가 있을까? 받자마자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결국 똑같이 집 어느 한편을 차지하고 있거나 먼지가 수북이 쌓이겠지.
셋째, 상대방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휴대용 선풍기를 나눔 하려고 했고. 저녁 10시쯤 만나기로 했다. 나는 그 이후에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10시 정각에 나눔을 마치고 바로 약속장소로 향했어야 했다. 그런데 나눔을 신청했던 분이 10시보다 30분 정도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다음 일정도 일정이지만 평소에도 시간 약속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그때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거래장소 앞에 물건을 놓고 가겠다고 했지만 그분은 물건이 없어지면 어떡할 거냐고 했다. 아니면 날짜를 다시 잡자고 했더니 이미 출발했다고 그건 또 싫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차단을 누르고 약속장소로 가고 싶었으나 그래도 좋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다시 좋게 이야기했다. 다음 일정이 있고 3~40분을 기다리는 건 무리이니 날을 다시 잡자고 전했다. 그랬더니 '15분에 두고 가세요.' 이렇게 연락이 왔다. 너무 열이 받아 대꾸하지 않고 물건을 거래 장소에 놓고 다음 일정 장소로 떠났다.
마지막 대화.
일정을 마치고 집에 와서 생각해 봤다. 나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 늦으면서 미안한 기색 말 한마디 없어서? 15분 더 기다렸다 물건을 놓고 가라고 명령조로 이야기해서? 다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맨 앞에 이게 빠졌다. '겨우 나눔 받으면서.' 알게 모르게 나눔 받으러 오시는 분을 '내 물건 공짜로 가져가는 사람' 취급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큰돈을 주고 사는 사람이었어도 내가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 조금은 덜 했겠지.
그래서 이후로는 최소 천 원은 가격을 붙인다. 그럼 정말 상대방은 그 물건이 당장 필요한지 먼저 생각하게 된다. 나 또한 책임감 있게 물건을 팔게 된다. 깨끗하게 물건을 닦고 오염이나 하자가 없는지 살피고 전달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상대방을 이른바 '겨우 나눔 받는 사람' 취급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무료 나눔은 공짜가 아니다. 서로가 물건에 대한 책임감을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맘이 생기기 힘드니. 돈이라는 장치를 심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