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만남에 대하여

by margins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는 말이 있다. 사람 사이의 만남에도 이 표현은 자주 쓰인다. 우연처럼 다가온 인연, 억지스럽지 않은 계기, 의도하지 않은 만남—이런 말들은 모두 ‘자연스러움’을 이상적인 만남의 전제로 삼는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움’이란 대체 무엇일까?


소개팅이라는 형식은 흔히 인위적이라 불린다. 누군가가 중재자가 되고, 목적이 분명하며, 마주 앉은 둘 모두 기대와 긴장감을 품는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나는 그런 건 좀 불편해. 자연스러운 만남이 좋더라.”라며 소개팅을 거부한다. 그러면서 소모임이나 동호회 활동을 대안으로 삼는다.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소모임은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이성과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특정 모임을 골라 가입하고, 때로는 취미나 관심보다 “괜찮은 사람 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마음은 소개팅과 얼마나 다를까. 목적이 있고, 기대가 있으며, 기회가 되길 바라는 감정—모두 같은 본심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는 개념이 실체라기보다는 감정적 위안에 가깝다는 점이다. 소개팅은 목적이 노골적이라 민망하거나 부담스럽다. 반면 소모임에는 핑계가 있다. ‘나는 그저 운동을 하러 왔을 뿐인데, 좋은 사람을 만난 거야.’라는 이야기 구조가 가능하다. 이처럼 자연스러움은 때때로 의도를 감추기 위한 장치로 쓰인다.


우리는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그 욕망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소개팅은 그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반면 소모임은 그것을 에둘러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소모임을 더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건, 그 행위가 실제로 덜 인위적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덜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스러운 만남’이란 만남의 구조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자기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감각이다. 누군가는 당당하게 목적을 드러내고 소개팅을 선택하고, 또 누군가는 우연이라는 이름의 모임에 기대어 목적을 감춘다. 두 방식 모두 인간적이다. 다만 우리는 ‘자연스러움’이라는 이름 아래, 어느 쪽이 더 순결하고 가치 있는가를 서열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해보자.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욕망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이 소개팅이든 소모임이든,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니라 그 마음을 대하는 방식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용기를 낸 사람에게,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가 더 자연스럽고 덜 인위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약간은 계산적이고, 약간은 외로우며, 약간은 기대를 품고 있다. 그 불완전한 인간성 자체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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