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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Aug 08. 2016

멋진 영화가 주는 감동.........

'걸어도 걸어도'와 '태풍이 지나가고'를 관람한 후...

물리학과 수학, 그리고 문학과 직관론적 철학까지 탁월한 성취를 남긴 파스칼은 가톨릭 신앙인으로서도 남다른 발자취를 남겼죠.  "1654년 11월23일  밤 '은총의 불'"이라 쓴 쪽지를 본인의 윗옷 주머니에 넣고 꿰맨 상태로 다녔다네요.  그 감동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였죠.

그렇게 우리는 사는 동안 어떤 분야이건  삶을 변화 시키는 특별한 감동적 경험을 하곤 하죠. 그 느낌을 그저 흘려버리지 않고 잘 살려내는 것이 각자의 몫일텐데요.  저에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난 후의 느낌이 딱 그랬습니다.  이 동진 평론가가 "살아서 영화를 보는 행복"이라고 표현한 의미가 그대로 체현되던 순간이었다고  할까요?!

요코하마의 퇴역 의사 집안에서 일어나는 가족들의 이야기인데요. 10여년 전 바닷가에서 어린 소년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죽은 장남의 기일을 맞아 모이게 된 딸 가족과 아들 가족, 노부부가 엮어내는 담담하면서도 리얼한 인간 내면을 다룬 영화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가 이리 좋은 것은 그의 휴머니즘적 시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그의 전력으로 인한 듯, 디테일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역량이 얹어져  계속 명작들이 나오고 있네요.  

인간은 누구나 양가감정을 느끼며 사는 존재이고 그 둘이 잘 통합되어 행동할 때 역동성 있는 삶을 살게 되는데요.  카를 G 융이 '양가성이 세계를 유지시키는 기본 가치'라 했듯이, 사랑에는 분노가 따르는 법이고, 성공에는 실패가, 헌신에는 배신이, 친절에는 시기심이 깃들어 있고, 희망에는 좌절감이 동전의 양면으로 함께 다니죠. 그래서  우리는 '속내'라는 표현을 합니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그런 조건을 갖고 사는 연약한 인간들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더군요.  

정신분석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은 '옛이야기의 매력'이란 저서를 통해 어린이들의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는 감정을 끌어내어 잘 통합시켜주는 옛이야기의 효용성에 대해 설파합니다. 아이들의 억압된 감정의 가해자 격인 부모가 옛이야기를 읽어줌으로서 그 효과가 배가된다고 하는데요, 딱 나에게는 '걸어도 걸어도'가 그 역할을 해주는 느낌이랄까?!

고레에다 감독의 최근작 '태풍이 지나가고'와 짝을 이루듯이 '걸어도 걸어도'가 재상연 하게 된 이유에는 두 영화 모두 키키 키린과 아베 히로시, 두 명배우가 모자로 출연하고 있는 탓도 있으리라 봅니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혼자 살고 있는 엄마의 집을 찾은, 이혼한  소설가이자 사립 탐정인 아들 가족이 태풍 때문에 하룻밤 함께 지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후 상황을 펼쳐냅니다.  고레에다 감독이 많이 다루는 가족의 상실, 그리고 그 이후 치유 과정이랄까, 항상 한발 늦게 깨닫는 사랑의 의미를 숙고하게 합니다. 그런데 최근작 '태풍이 지나가고'에서는 유머가 많이 가미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데요. 감독님과 함께하는 GV에서 사회자가 묻습니다. '첫 작품 '환상의 빛'과 비교하여 '태풍이 지나가고'에서는 사별의 상실감을 훨씬 밝게 표현하신 듯한데, 본인의 감정 또한 그런가요?' 감독님이 답합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변 지인들과의 사별도 많이 겪고 오히려 그런 영향으로 표현법이 달라진 듯'하다구요.  챨리 체플린이 말했지요.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두 영화 모두에서 키키 카린은 나비를 보고 죽은 아들의 환생이라고, 그리고 먼저 간 남편이 쫒아온 것이라고 반깁니다.  그녀의 명연기를 보고 나오면서 자연스레 장자의 '호접지몽'을 연상한 건 저  뿐만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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