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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Feb 05. 2017

인도를 느끼고 오다 2

바라나시- 갠지즈강에 과거의 상처를 띄워 보내고...

 갠지즈강변의 바라나시는 우리 모두가 알듯이 힌두교인들의 성지입니다. 그들은 매일 강물에 목욕함으로써 정신을 정화합니다. 사후에는 그곳에서 화장하여 강물에 띄워보내면 윤회하지 않는다고 믿는다죠.  가트에서 화장하는 장면들을 실제로 보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합니다. 우리도 화장이 보편화된 상황이나 차단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적나라하게 노출된 공간에서 한 인간을 떠나보내는 그들의 모습은 거침 없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으리라는 상상을 부르더군요.  주로 화장이 이루어지는 가트 주변은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인지라 접근을 주저하게도 했지만,  그리고 모든 사람을 화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사하거나 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여자 등 일부는 화장할 수 없고 그냥 수장한다고 하니 갠지즈강은 화장하다 남은 일부 신체나 재등 얼마나 많은 생의 흔적들을 품고 있는 걸까?!  타국인들은 그 오염도를 걱정하지만 갠지즈강을 강가 즉 어머니의 강이라 부르는 힌두인들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겠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해질녘 탔던 보트 주인 철수씨(한국어를 잘하고 성실한 태도로 유명한)는 히말라야로부터 계속 흘러오는 강물이 깨끗하다고 강변하더군요. 그의 설명을 들으며 본 어둠 속의 뿌쟈 예식은 더러움의 흔적은 사라지고 축제 같기도, 한편 숭고함마저 느껴졌답니다.

그러한 바라나시에도 사람이 살아가고, 특별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자 끊임없이 여행자들이 찾아옵니다.  그 중 한 사람으로, 고돌리아에서 릭샤를 내려 그 미로 같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아기를 안은 미모의 엄마가 저를 부르더군요. 지폐를 꺼내 건내니 손사래를 치며 따라오라 하더군요.  자꾸 아기 먹일 밀크를 사달라면서요. 그 여인의 가련한 미모와 아기의 큰 눈동자에 이끌려 상점까지 갈 수 밖에 없었고, 280루피를 지불했습니다.  적선치고는 꽤 큰 액수.....  그런데 조금 걷다 보니 그런 여인네들이 더러 있더군요.  하지만 류시화 시인이 어떤 요기로부터 전해들었다는 셋째 만트라를 즉시 생각했습니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어쩜 그 순간 나는 그 모자의 크고 까만 눈동자에 매료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물어 물어 찾아간 '메구 카페'는 테이블 네다섯개인 자그마한 일본 식당입니다. 인도인과 일본인 아내가 운영하는 그곳에 예닐곱살 된 그들의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며 혼자 놀고 있더군요.  일본 황태자비 닮은 여주인은 우아한 태도로 주문받고 혼자 요리하여 정갈스레 내어옵니다.  맛도 좋은지라 소문난 모양이더군요. 계속 여행객들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바라나시 골목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들도 있고 더러 다른 나라 사람들 가게가 있답니다.  저 마사코 황태자비 닮은 여인은 인도의 어떤 매력에 빠져 지금의 삶을 선택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  여행 중 함께한 한국의 멋진 청소년......  그는 아빠에게 이끌려 인도 여행에 오게 되었다더군요.  반항기 청소년답게 그런 여행이 탐탁치 않고 그저 아빠의 감시망을 벗어나고픈 심정인 듯했습니다. 워낙 머리 좋고 개성 강한 타입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출해 휴학 중이라 했구요.  게다가 기독교인으로서 힌두교의 풍습이나 예식에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답니다. 심리상담사로서의 사명감이 발동했을까요?!  바라나시 가트를 걸으며 휴학한 이유를 물어봤고 아빠에 대한 감정들을 이야기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주님!!  과거 우리의 모든 나쁜 감정들 여기 갠지즈강에 띄워보냅니다'  자식 사랑 지극한 그 아빠는 개성 강한 아들을 포용하기 보다 한국적 교육에 맞추려 했던 본인의 잘못을 이미 알고 계셨고, 영특한 아들은 여행 중 점차 아빠와의 감정의 골을 풀어가고 있었답니다.  그의 앞날을 위해, 나의 기원과 함께 갠지즈강에 디아를 띄워보냈습니다.

선천적 장애로 목발을 집고 오지를 여행한 '인도에 관한 열일곱 가지 루머'의 저자 이상문 작가의 '거지 여인을 사랑했네' 처럼 인도인의 크고 검은 눈동자에 매료된 나와는 달리 그 멋진 청소년은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인도 사람들의 눈이 싫다'더군요.  답해주었죠. '심혼을 바라보는 제3의 눈을 찍는 인도인들은 오래도록 사람의 눈을 바라봄으로써 타인의 영혼을 읽고 있을지 모른다'구요.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타인과 눈맞춤하기를 힘들어 하지 않는다'구요.  그런 그의 감정과는 달리 수려한 외모를 가진 이 멋진 한국 청소년은 가는 곳마다 '잘 생겼다'는 인도인들의 찬사를 듣곤 했답니다.  물론 함께 사진 찍자고 몰려오구요.  심지어 그 유명한 바라나시 라씨를 맛보기 위해 들어갔을 때는, 본인 역시 미남인 청년이 "만약 자기가 여자라면 사랑에 빠졌을 거"라더군요.

그렇게 바라나시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집에선가 틀어놓은 라비 샹카의 시타르 연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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