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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Feb 04. 2017

인도를 느끼고 오다 1

푸쉬카르- 힐링의 기운 가득한 멋스런 도시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인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20년전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호수'를 읽고는 그의 글솜씨에 매료되어 꼭 가보야할 미지의 세계가 되어버렸고, 기회될 때마다 인도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70% 인구가 힌두교인 인도인들의 정신 세계가 궁금했고, 삶이 곧 종교인 그들의 모습이 보고팠습니다.  무릇 종교의 역할이 윤리, 도덕을 중시하는 것이라면 힌두교는 가장 자연에 가깝다는 해석들처럼 성전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그리고 방중술인 카마수트라을 그들의 사원에 부조로 새겨넣어 둔 나라, 그 도시 카주라호가 궁금했습니다. 사진으로 접한 그 모습은 충격적이었고, 간디가 말하길 '다 없애버리고 싶다'했으니 과연 어떤 모습이기에?! 궁금했습니다.

길가에 소와 개와 맷돼지까지도, 기차역 선로에는 쥐들이 거침 없이 돌아다니고.....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없는 듯, 그들은 그렇게 포용력 있는 모습을 하고 있더군요. 기차역이든 대로변에서도 자연스럽게 노숙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 문명화 되었다는 인간의 짧은 생각으로 잠시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무엇인가?!' 의심해 보기도 했습니다만.......

 


 푸쉬카르를 가장 먼저 인도의 느낌으로 소개하고픈 이유는 내가 잘 알지 못하던 곳에서 뜻밖의 힐링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여행 책자에 의하면 그곳은 히피들의 3대 성지 중 한곳이라 되어있더군요. 그리고 패션의 완성이라 일컬어질만큼  멋진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곳이라구요.  과연 그러하더군요. 바자르엔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격이 다르게 눈길 끄는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히피스런 부류 말고도 많은 서양인들이 돌아다녔구요.  이곳에서도 물론 한국 여행자들을 부르는, 한국어를 썩 잘  구사하는 인도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었답니다.  한글로 '강가 레스토랑'이라 써놓은 집의 쥔장은 본인을 샤이니의 민호라 소개하며 웃는 얼굴로 호객하더군요.  물론 지나가는 서양인과도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면서요.  맛도 좋고 친절한 '민호씨'가 아침도 와서 먹으라기에 다음날 아침에 갔더니 그 가게만 일찍 문을 열고 장사하고 있더군요. 인도스럽지 않은 인도인의 건실함에 '빨리 빨리'의 나라에서 간 나는 엄지 척을 안할 수 없었답니다.

그 바자르는 폭 100m나 될까?! 싶은 호수를 따라 형성되어 있는 건물 뒷편의 골목이었구요. 호수 둘레에 빙둘러 집들을 지었고 가트가 형성되어 있었답니다. 그곳에서의 일몰 감상은 명상 효과 만점이라기에 걸터앉았습니다.  해가 지고 나니 계단 층층이 앉아있던 세계 각국에서 온 구도자들이 누군가는 기타를 튕기고 또 다른 이는 북을 치기도 하면서 한껏 장끼를 뽑내구요.

그렇게 왜 히피들의 성지가 되었나를 느끼며 가트를 따라 걷노라면, 여행기에서 보았듯이, 가짜 브라만들이 나타나 뿌자 예식을 권고하며 가족의 이름을 묻고 복을 기원해줍니다. 꽃을 등뒤로 던지라하며 나의 모든 나쁜 운들이 함께 떠나갔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곤 donation을 하라하죠. 액수까지, 그것도 달러를 요구할 땐 조금 씁쓸하지만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류시화씨가 항상 성자들에게 당하곤 하면서도 뒤늦게 '그들이 진정 성자였노라고, 본인의 문젯거리가 해소됐노라'고 하던 글을 기억하며 흔쾌히 지갑에서 돈을 꺼냈습니다. 그럼 그는 마지막 축복 예식을 치뤄줍니다.  그리곤 저는 '여행자를 위한 서시'에서 시인이 말하던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하여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를 동감합니다.

그러한 푸쉬카르에 간 이유는 다음날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나가 야영하며 별 헤는 밤을 갖기  위해서였는데...... 정보가 없어서 기대하지 않았던 그곳의 편안한 느낌, 여행 동안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듯한 정말 멋진 자그마한 도시였답니다.

인도로 떠나기 전,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 방랑'을 읽다 두고 갔었는데요.  1968년도 20대의 젊은이가 써내려간 인도 이야기,  집에 돌아와 마저 읽었습니다.  뒷부분에 그는 아주 많은 분량을 푸쉬카르에 머물면서 그 경험들을 써내려가더군요.

어찌나 감정이입이 되던지요.

산들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가
내 부드러운 육체를
천연덕스레 스치고 지나갔다
한여름 밤
'사랑'은 이렇듯
신랄하게 내 육체를 통과했던 것이다

사막에서의 저 불가해한 육체적 감정은 그 후 두번 다시 내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 피폐한 몸과 마음은 그 사건 이후로 놀라우리만치 빠른 회복을 보였다.
생각건대 저것이 나와 인도의 풍경이라는 것의 첫 만남이었고, 그로부터 내 여행의 형식은 다소 달라졌다. 만나는 사람들, 도시, 황무지 사이를 나는 환경에 맞게 변하는 유연한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닐 수 있었다. 한 인간의 별것 아닌 힘만 믿고 어깨를 재며 걷기보다는, 온갖 모순에 순응하는 가련한 몸이야말로 이 땅에서 요구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또 그는 푸쉬카르에서 이렇게 읇조립니다.

똑같은 것을 몇번씩 보면 구역질을 일으키는 문명이 만들어낸 특이한 위벽을 나 역시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생활 속에서 어떤 근심할 만한 생리적 이상을 느꼈느냐  하면..... 신기하게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런 풍경이 들장미 향기처럼 적당히 자극적이고 신이 창조한 살아 있는 것의 수만큼 유머를 사육하고 있으며..... 하루하루는 오늘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어둠과 침묵 속으로 가라앉고, 그리고 아침은 언제나 내 앞에 불사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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