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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Sep 10. 2018

죽음 준비, 영화 '마지막 레슨'을 보고...

자유로부터의 도피

 지난 5월 어느날, 바깥 세상은 생명의 기운으로 넘쳐나던 날, 신문에........

<안락사 택한 104세 호주 과학자, 베토벤 9번 들으며 잠들다>

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더군요.

호주에 살던 데이비드 구달 박사 얘기였습니다.

그는 왕성한 연구활동을 해왔고, 신체적으로 별다른 병이 없었지만, '삶이 지루하다'며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로 날가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 그 기사.......


 존엄사에 대해 깊히 생각하게 한 영화 '마지막 레슨'을 보았고, 이미 고령 사회가 된 우리 나라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임을 느낍니다.

프랑스 영화인데요.  아흔두살의 마들렌은 혼자 살고 있으며 본인의 죽음으로 가는 여정의 어려움으로부터 가족들 자유롭게 하고자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는 존엄사를 결심한지 오래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결정을 결국 인정하는 딸과 오랜 시간 엄마와 사이가 좋지않던 아들의 반대, 같은 고민인 노모의 케어 문갖고 있는 친구의 충고, 노령 환자에 대한 의료시설의 문제점 등 지금 나의 현실이기에, 나의 멀지 않은 미래이기에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ㆍ

마들렌은 젊은 시절 조산원으로 활동했기에 병원 벤취에서 급하게 출산하는 산모를 돕는 상황을 보여주며 세상에서의 노인 역할의 유용함도 일깨우고, 그녀의 삶을 통해 자식에 대한 헌신의 의미도 느끼게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한 모든 것이 마지막 레슨이었겠죠.  딸에게........

지난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도  가족이 없는 할머니의 연금에 발붙어 사는 좀도둑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결국 할머니는 임종을 맞이하며 그들에게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죠.

키키 키린이 연기한 할머니는 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세상을 떠나는 듯 그려집니다.  허나 대부분의 노환과 죽음의 과정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과정이고, 그것이 오롯이 가족의 몫이 될 때의 어려움 때문에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이 급증하는 추세인 모양이고요.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는 젊은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산티아고 길을 걷게 되는 켈리포니아 안과의사 탐이 등장합니다. 부자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며 좋은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아들이 함께 산티아고 길을 걷자고 제안했으나 아버지는 거절했었죠. 첫 출발지인 생장 피요트르에서 폭풍으로 인해 조난사한 아들의 뒷처리를 위해 간 탐은 아들의 베낭을 메고 그 길을 걷습니다.   '마지막 레슨'과는 반대 상황으로 아버지는 삶을 뒤돌아보았겠죠. 그리고 죽음을 준비했겠죠.

 죽음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출생이 그러하듯 죽음도 우리가 선택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였으나, 의술의 발달은 무책임하리 만큼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켰고, 미처 준비되지 못한 인간들은 우왕좌왕 하는 형국인 듯 합니다.

그리하여 존엄사를 택하는 일도 일어나고.....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어려움은 인간의 지적 능력 발달이 감정 발달을 훨씬 앞지른다는 사실에 있다는 것이 인간과 현 상황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지적,기술적 조숙과 감정적 퇴보 사이의 괴리로 말미암아 자신을 파괴할 위기에 놓인 인류는 그 위기에서 어떻게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

가슴이 저지르는 대부분의 어리석은 짓과 그것이 우리의 상상력과 사고에 미치는 악영향을 겨우 한 세대  만에 극복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IT업체 구글도 항노화세포연구소 <칼리코>를 설립하여 빠른 시알 내에 인간 수명을 500세까지 연장하겠다고 장담합니다. 이렇게 빠른 과학의 발달 속에서 인간의 감정은 흔들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데이비드 구달 박사는 "노인이 삶을 지속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도구로 내가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하며, "더는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  생을 마칠 기회를 얻게 돼 행복하다" ....

그러나 이 또한 신이 부여한 자유 의지로 매순간 선택의 기회를 갖는 삶으로부터의, 그러니까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아닐까요?!

영화 '마지막 레슨'에서 "존엄사를 선택하여 자식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려 하느냐?!"고 항변하던 자식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귀에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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